1차의료기관(동네의원) 상당수가 건물 임대를 받아 병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병원이 자리를 잡을만 하면, 20~40% 비싸게 임대료를 요구하는 통에 울며 겨자먹기로 병원 옮기기를 반복하고 있다.
A 의사는 “병원은 인테리어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병원을 자주 옮기면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터무니 없이 임대료를 높게 요구하는 통에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 병원을 옮길 수 밖에 없다. 점점 1차 의료기관들의 환자수도 줄어들고 있는데 임대인으로서 보호도 받지 못하니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사례2=“환자들이 많다고 소문나는 것이 두렵습니다. 세무조사라도 나오면 세금 폭탄을 맞으니까요.”
지역 1차 의료기관 가운데 소위 '잘나가는 병원' 상당수가 세금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대학병원의 경우 교육기관이고 비영리 법인이라는 이유로 대부분의 세금이 면세 혜택을 받고 있는 반면, 1차 의료기관은 수입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정직하게 세금을 내면 된다고 하지만, 현재의 의료수가와 운영 형태로는 세금을 낼 경우 병원 운영 자체가 어렵다는 것. 요즘은 현금 영수증과 카드 사용 등이 보편화 돼 있어서 매출을 속이는 것 자체가 어려워 1차 의료기관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지역 1차 의료기관들이 '다중고'를 겪고 있다. 해마다 대형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통에 동네병원들의 환자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가운데 1차의료기관들을 어렵게 하는 악조건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4조에는 차임, 보증금의 증액 청구는 청구당시의 100분의 9 이상을 초과해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즉, 보증금과 월세 모두 9%를 초과해서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역내에서 9% 미만 인상을 요구하는 병원은 찾아보기 드문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달 대전시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에 '1차 의료기관 육성특별법(가칭)' 입법 청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전시 의사회는 “조세 특례의 경우 의원급에서는 필수 제도다. 국민 건강을 위해 낮은 수가로 봉사해온 의사들의 노력을 세금이라는 명분으로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걷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오는 7월 1일부터 5인 이상 20인 미만 사업장도 주40시간 근무가 시행되면 인건비도 따라서 오르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토요일에 대해서는 평일 숫가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상가임대차보호 특례의 경우 대부분의 의원이 임차형태이지만 고액의 임대료로 경영 압박을 받고, 임대인의 횡포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만큼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특례를 요구하고 있다.
대전시 의사회 관계자는 “1차 의료기관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여건이 점점 힘들어 지고 있지만, 의사들을 압박하는 각종 법제정은 시급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희생과 봉사만 강요할 뿐 권리나 혜택을 주지 않고 있어 의사들이 한계점에 달해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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