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줄여서 '간기남'은 파격적인 노출과 성인 취향의 코미디, 액션과 스릴을 두루 갖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성인 오락영화로서의 역할은 어느 정도 해낸다. 그러나 이것저것 잡다하게 손을 대다보니 무엇하나 시원하게 터지는 구석이 없다. 간통 수사를 잘해 동료들로부터 '간통종결자'라 불리는 형사 선우. 간통 사건을 의뢰받고 현장으로 달려간 그를 기다리는 것은 뜻밖에도 남녀시체와 살해된 남자의 아름다운 아내다. 꼼짝없이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리게 된 선우는 시체를 숨기고 진범 찾기에 나선다.
기둥 줄기인 범인을 쫓는 스릴러에서 두 갈래 가지를 뽑아낸다. 하나는 젊고 매력적이지만 비밀을 지닌 미망인 수진과 형사 선우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다. '팜므파탈'을 등장시켜 '보디 히트'(1981) 같은 에로틱 스릴러를 향한다. 다른 하나는 개성 넘치는 조연 캐릭터들의 충돌을 비료 삼은 코믹 스릴러 쪽이다. 문제는 양 갈래로 나뉜 두 가지가 모두 세다는 점이다. 주상욱, 김정태, 이한위, 이광수가 펼치는 맛깔 나는 코믹 연기는 배꼽을 쥐게 만든다. 명품조연 김정태는 “간통, 치통 생리통보다 더 고통스러운 간통” 등 재치 넘치는 대사로 웃음을 이끈다. 특히 데뷔 이래 가장 과감한 노출을 시도한 박시연은 농염한 섹시미와 절제된 연기력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출연 분량은 적지만 각 장면마다 강렬한 인상을 주며 관객을 빨아들인다.
영화는 이 두 갈래 길에서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하고 오락가락 헤맨다. 에로틱하려 하면 코미디가 막고, 코믹하려 하면 에로틱이 막아서는 느낌이다. 양쪽을 조율하려 고군분투하는 박희순은 보는 내내 안타깝고, 박시연의 연기 변신도 빛이 가려 버렸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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