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해군들이 참가하는 림팩 다국적 해상 합동 훈련 첫 날, 태평양 한가운데서 정체불명의 물체가 발견된다. 알렉스 하퍼 대위가 수색에 나서는데, 하퍼 대위가 괴물체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엄청난 충격과 함께 괴물체는 거대한 보호 장벽을 구축하고 지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초장부터 영화는 화끈하게 오락만을 위해 달려간다. '트랜스포머' '지 아이 조'의 하스브로사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배틀쉽'은 앞선 두 영화가 지닌 노하우와 공력을 엄청난 스케일로 쏟아 붓는다.
해상과 하늘을 넘나드는, 소금쟁이를 연상시키는 외계 전투함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다국적 연합군을 위협한다. 누가 봐도 해상판 '트랜스포머'다. '리젠트'라는 이름의 외계 종족도 딱 슈트를 입은 '지 아이 조'의 모습이다.
외계 전투함과 다국적 전함의 대결을 중심에 놓고, 천문학적인 제작비(물경 2억 달러를 들였다)를 들인 영화답게 쉬지 않고 물량 공세를 퍼붓는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외계인들이 발사한 수레바퀴 모양의 쉬레더가 홍콩까지 날아가 화려한 도시를 순식간에 파괴하고 거리의 자동차, 하늘의 헬기들이 이 쉬레더에 의해 휴지조각처럼 나뒹군다.
게다가 퇴역한 미국 전함 'USS 미주리'호까지 동원한다. 위용을 자랑하는 미주리호와 외계 전투함이 벌이는 해전은 그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보여준 비주얼에 정점을 찍는다.
'배틀쉽'은 특이하게도 동명의 고전 보드게임이 원작이다. 상대 정체를 파악하고, 숨겨둔 배를 찾아내 포격하는 쪽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외계인이 구축한 거대한 방어막 때문에 첨단 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과 외계 존재가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벌이는 치밀한 두뇌싸움은 실제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보드게임이 지닌 한계도 드러낸다. 스토리 라인이 정교한 소설이나 만화가 원작이 아닌 까닭에 스토리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외계인들은 지구의 신호를 받고 지구에 왔으며, 인간이 먼저 자신들을 건드렸기 때문에 인간을 공격하게 됐고, 그런 이유로 무장하지 않은 인간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부족해 황당하기까지 하다.
퇴역한 군인들이 갑자기 몰려나와 미주리호를 진격시키는 장면이나 하퍼 대위가 맞이하는 해피엔딩은 전형적인 미국식 패권주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에이, 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다 그렇지”라고 생각한다면,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스피드와 압도적인 스펙터클에 놀란 눈으로 2시간 11분이 후딱 지나갈 것이다. 피터 버그 감독은 내한 인터뷰에서 '배틀쉽' 속편이 만들어지면 “배우 이병헌을 캐스팅하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대로 이병헌이 후속편에 캐스팅된다면 한-미 공조에 의한 외계인과의 전투도 볼 수 있을 듯하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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