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접수나선 전국구 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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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접수나선 전국구 조폭

  • 승인 2012-04-11 16:23
  • 신문게재 2012-04-12 11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위풍당당-성석제 저

▲ 성석제 저
▲ 성석제 저
'탁월한 이야기꾼', '해학과 풍자의 장인', '입담과 재담의 진면목' 등 소설가 성석제를 수식하는 평단의 말들은 많다. 그가 2003년 장편 『인간의 힘』 이후 9년 만에 신작장편소설 『위풍당당』을 들고 나왔다. 『위풍당당』은 시골마을에서 빚어지는 맹랑한 소동극의 형식을 빌려 재담과 익살,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세계를 그려낸다. 동시에 그 웃음 뒤에 숨은 우리 사회가 처한 도덕적 파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부정한 권력에 저항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구성하고자 하는 충동이 소설 심층부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의 서사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다. 어느 궁벽진 강마을의 사람들이 그 마을을 접수하러 간 전국구 조폭들과 일전을 벌인다. 시골마을을 얕잡아보고 의기양양하게 쳐들어간 도시의 조폭들은 예상치 못한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농락당하고, 반대로 마음을 모아 위기를 돌파하는 동안 강마을 사람들의 이해와 애정은 더욱 깊어진다. 그렇다면, 이 시골마을을 도대체 왜 전국구 조폭들이 접수하려 드는 걸까. 조폭들의 기계군단은 강을 비롯해 나무, 바위 등을 내리치며 자연을 균열내고, 짓밟고 휘젓는다. 생명을 멸절시키는 기계군단의 침해는 강마을 사람들에게 또 다른 적, 재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마을 사람들의 대응책은?

이 에피소드에서 우리는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모든 공격 무기는 '자연'에서 얻은 것들이었고, 자연이 인간에게 되돌려준 '자연물'이었다. 성석제는 이 싸움을 우리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를, 또 다른 싸움의 대리전 성격으로 봐주기를 권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불가항력적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이 이 소설의 위풍당당함이다. 문학동네/성석제 지음/264쪽/1만2000원.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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