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석제 저 |
이 책의 서사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다. 어느 궁벽진 강마을의 사람들이 그 마을을 접수하러 간 전국구 조폭들과 일전을 벌인다. 시골마을을 얕잡아보고 의기양양하게 쳐들어간 도시의 조폭들은 예상치 못한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농락당하고, 반대로 마음을 모아 위기를 돌파하는 동안 강마을 사람들의 이해와 애정은 더욱 깊어진다. 그렇다면, 이 시골마을을 도대체 왜 전국구 조폭들이 접수하려 드는 걸까. 조폭들의 기계군단은 강을 비롯해 나무, 바위 등을 내리치며 자연을 균열내고, 짓밟고 휘젓는다. 생명을 멸절시키는 기계군단의 침해는 강마을 사람들에게 또 다른 적, 재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마을 사람들의 대응책은?
이 에피소드에서 우리는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모든 공격 무기는 '자연'에서 얻은 것들이었고, 자연이 인간에게 되돌려준 '자연물'이었다. 성석제는 이 싸움을 우리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를, 또 다른 싸움의 대리전 성격으로 봐주기를 권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불가항력적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이 이 소설의 위풍당당함이다. 문학동네/성석제 지음/264쪽/1만2000원.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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