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동 '영렬탑' 철거-보존 논란

  • 사회/교육
  • 미담

선화동 '영렬탑' 철거-보존 논란

지역공원화 사업 앞두고 '일제잔재 vs 역사유물' 엇갈려

  • 승인 2012-04-10 18:27
  • 신문게재 2012-04-11 7면
  • 임병안ㆍ박수영 기자임병안ㆍ박수영 기자
▲일본의 잔재냐 근대 역사의 유물이냐의 논란의 중심에 선 선화동 영렬탑의 현재 모습. 손인중 기자 dlswnd98@
▲일본의 잔재냐 근대 역사의 유물이냐의 논란의 중심에 선 선화동 영렬탑의 현재 모습. 손인중 기자 dlswnd98@

<속보>=“일본이 남긴 잔재냐, 국가에 목숨 바친 혼령을 모셨던 유물이냐.”

지난 52년간 따라다닌 대전 선화동의 영렬탑을 향한 정체성 논란이 이 지역 공원화사업을 앞두고 다시금 불붙고 있다.

영렬탑 철거 후 공원조성이라는 당초 계획과 반대로 열사 1700여 명의 혼을 모시던 지역의 유일한 탑이라는 점에서 영렬탑을 보존하면서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충남도청 뒤 선화동 언덕에 있는 영렬탑은 1942년 기단을 쌓을 때부터 수많은 부침을 겪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전사한 일본군의 위패를 두고자 한국에서 가장 큰 충혼탑 공사에 돌입했으나 태평양전쟁 패전과 해방으로 기초를 만드는 단계서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신사 성격의 일본 충혼탑은 결국 완성되지 못했고 한국전쟁을 치르는 동안 빈 공사장으로 폐허처럼 방치됐다.

영렬탑 앞에서 1951년부터 거주한 전대근(89)씨는 “일본인들이 공사를 중단하고 떠난 충혼탑의 공터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 30여 가구가 움막처럼 지냈다”며 “전쟁이 끝나고 희생된 육ㆍ해ㆍ공군ㆍ경찰ㆍ애국지사 위패를 모실 공간을 찾다가 일본인이 터를 만들고 떠난 이곳에 탑을 세운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1957년께 당시 대전시 전경 속 영렬탑.
<br />
<br />
▲1957년께 당시 대전시 전경 속 영렬탑.

특히, 영렬탑을 세우는 데는 정부와 충남도의 예산이 아닌 주민들의 기부금으로 추진됐다.

영렬탑 동판에는 “도민의 정재 1000만환으로 1956년 1월 기공해 동년 10월에 준공됐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동판은 분실돼 찾을 길이 없다. 영렬탑은 지상 1층으로 높이 33m에 이르는 화강석 탑이다.

전씨는 “영렬탑을 세울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으나 일본군 위패가 한번도 보관되지 않았다는 점과 기반 공사가 돼있어 이곳에 영렬탑을 세우게 됐다”며 “국립대전현충원이 생기기 전까지 이곳이 추모장소였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힘으로 어렵게 세운 영렬탑은 2009년 6ㆍ25 전몰장병 1676명의 위패가 보문산 보훈공원으로 옮겨진 후 이제는 철거 논란에 휩싸였다. 선화ㆍ용두 재정비사업에 따라 이곳에 양지근린공원 조성계획이 세워졌고 내달 초 도시공원위원회에서 영렬탑을 철거ㆍ보존이 결정될 전망이다.

대전문화연대 안여종 문화유산위원장은 “위패를 모시는 기능은 잃었어도 지난 60여 년간 대전을 대표하는 탑으로 자리매김했고, 기초는 일본이 만들었어도 탑의 완성은 우리 손으로 했다는 점에서 영렬탑을 보존해 공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안ㆍ박수영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1.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2.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5.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