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은 어떤 특정한 짐승이나 사람의 덕이나 복으로 한 집안의 살림이 늘어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식구 중에 자식이 태어나거나 집안에 새로 들어온 뒤에 살림이 늘어나면 “우리 복덩이”라 하곤 하였다. “구렁이”하면 징그럽거나 음흉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업구렁이는 한 집안의 살림을 일으키는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구렁이는 뱀 가운데서도 크고 탐스럽게 생겼으며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에 부와 풍요를 상징하기에 충분하였다. 어떤 집의 살림이 불어나서 부자가 되었는데 쌀독에 업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거나 이사를 갈 때는 반드시 업구렁이를 쌀독에 담아가지고 가야한다거나 어느 날 구렁이가 집에서 나가거나 대들보를 감고 있더니 그 집에 우환이나 초상이 나는 등 나쁜 일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집안이 점차 쇠락해 갔다고 하는 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이 듣던 이야기들이었다.
농경사회에서 부의 상징은 역시 벼와 쌀이었다. 집집마다 집안에 곳간이나 뒤주, 쌀독 등이 있었고 부엌에서는 땔감으로 볏짚을 썼기 때문에 볏짚 사이사이에는 수확할 때 떨어져 있는 벼이삭이나 낱알들이 섞여있어서 작은 짐승들의 먹잇감으로 그만이었다. 그러므로 이들을 먹잇감으로 하는 짐승가운데서도 특히 쥐들이 많이 서식하였다. 아마도 이 쥐들을 가장 좋은 먹잇감으로 했던 것이 구렁이였을 것이다. 살림이 불어나는 집에는 곳간이나 뒤주에 먹을 것이 많아서 쥐가 꼬이게 되고 쥐가 번성하면 쥐를 먹잇감으로 하는 구렁이도 집안에 자리하게 되었을 것이다. 반면 집안 살림이 쇠락해가는 집은 아무래도 곳간이나 뒤주, 볏짚땔감이 부족했기 때문에 쥐들이 살 수가 없었고 쥐를 먹잇감으로 했던 구렁이도 그 집을 떠나 쥐들이 많이 사는 집으로 옮겨 갔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정형화되면서 우리 선조들은 구렁이가 집안의 살림을 일궈주는 “업”으로 인식하였을 것이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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