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그런데도 그런 곳에서 기가 죽지 않고 유독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양 의기양양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바로 쇼핑 중독증이 있는 사람들이다. 쇼핑중독증의 증상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재미있다. 그들은 쇼핑을 하기 전에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이 없나 열심히 생각해 본 후에 필요한 물건을 찾으면 - 사실은 꼭 필요 있는 물건이 아닌데도 쇼핑을 하기 위한 핑계다 - '이번에는 이것만 사야지'라고 단단히 결심한 후에 쇼핑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쇼핑을 시작하게 되면 억누를 수 없는 충동 때문에 여러 가지 물건을 사게 되고 일시적으로 황홀감을 느끼다가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순간 깊은 자책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의 일종이며 어려운 말인 '충동조절장애'에서 오는 병이라는 것이다. 쇼핑함에 있어 설렘과 흥분으로 인하여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분비되면서 일시적인 황홀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쇼핑중독증은 남자에게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주로 여자들에게 있는 질환이라고 한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아내가 쇼핑중독증으로 인하여 무분별하게 산 물건대금을 모두 남편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하는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도 가정생활에 필요한 물건인 경우에는 비록 양이 조금 과하더라도 남편으로서 책임을 져 줄 용의가 있지만 한 벌에 몇 백 만원씩 하는 밍크코트라든지 수천 만원하는 보석까지도 남편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문제인 것이다.
여기에서 법은 생활용품 구매나 가옥의 월세, 자녀의 양육비, 병원비 등은 일상가사의 생활의 범위 안에 있는 경우에는 처와 함께 연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처럼 값비싼 옷이라든지 보석에 대해서는 일상가사 범위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남편이 이를 갚아줄 의무가 없다고 하고 있다. 이를 이른바 부부간의 일상가사대리권이라고 부른다. 물론 구체적인 사실에 들어가면 아내 구매행위에 대하여 남편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하는지 분명하게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쇼핑중독증에 걸린 아내의 무분별한 물건 구입대금에 대하여 불쌍한 남편들은 원칙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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