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우]'텃새 정치인'이 살아야 고향도 살고 나라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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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우]'텃새 정치인'이 살아야 고향도 살고 나라도 산다

[시사 에세이]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12-04-09 14:12
  • 신문게재 2012-04-10 20면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내일이 선거일이니 이번 총선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른 것이다. 언제고 선거철만 되면 계절풍처럼 온갖 불미스러운 일들이 불거지곤 한다. 공천 과정에서부터 선거운동에 이르기까지 후보자의 전력이나 품위, 자질 등에 대한 고소, 고발, 흑색선전 등 음습한 바람이 심하게 분다. 그 때마다 국민들은 습관처럼 비위가 상하게 마련이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나 혐오증은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도 여지없이 같은 잘못이 반복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난잡한 정치판에 단골 식단처럼 나오는 것이 이른바 '철새 정치인' 논쟁이다.

철새 정치인은 탈당, 복당, 창당 등 수시로 당적을 바꾸는 정치인을 경멸하여 지칭하는 말이다. 철새 정치인은 음습한 정치계절풍이 불기만 하면 어김없이 날아든다. 그들이 정치적 신념이나 경륜보다 목전의 개인적인 이익이나 권력 심지어는 당선가능성만을 따지기 때문이다. 물론, 철새도 계절에 따라 번식지와 월동지를 번갈아 옮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철새는 서식지를 옮기더라도 마구잡이로 하지는 않는다. 양호한 삶의 터전을 찾으려는 오랜 세월에 걸친 경험과 지혜의 결과에 따르는 것이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항상성이 있고 질서와 규칙이 있다. 이처럼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그들의 생존방식을 비하하는 철새 정치인이라는 표현은 그야말로 철새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서식지를 옮기는 철새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찬가지로 어떤 정치인이 당적을 아무리 자주 바꾼다 해도 그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다만, 그럴듯한 명분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그들이 쓰고 있는 가면 속에 숨겨진 얄팍한 속내가 너무도 뻔히 보이기 때문에 지탄을 받는 것이다. 그들의 선택과 결정이 사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공심(公心)의 세계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당적 변경 또는 그 이상의 것이라 해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정치는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제함으로써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하는 일이나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사심(私心)을 넘어서는 공심의 세계에 헌신하는 것이 정치나 정치인이 지녀야 할 미덕 중의 미덕이다. 정치에 있어서 '믿음'(民無信不立)을 경제(足食)나 국방(足兵)보다 더 긴요한 것으로 말했던 공자의 가르침도 이런 맥락을 벗어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구성원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어떤 조직이나 국가도 그 존립을 장담하기 어렵다. 구성원의 믿음은 무엇으로 얻을 수 있는가? 그것은 공공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의 가치관이 얼마나 확고부동한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정치계절풍이 혼탁하다고 해서 꼭 철새 정치인만 횡행하는 것은 아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텃새 정치인'도 있다. 그들은 철새 정치인과는 달리 국가와 국민의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꿋꿋하게 서식지를 지키는 사람이다. 이런 텃새 정치인이 더 많아지고 제 몫을 다할 수 있어야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선거를 통해 행사하는 국민의 선택에 부여된 의미가 더 이상 막중할 수가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텃새 정치인은 한 곳에 오래 머무르게 되므로 자신의 지역구에 대한 애정도 깊을 뿐만 아니라 지역구의 제반 사정에도 해박할 것이다. 지역구와 관련된 정책결정이나 사업의 지속적 추진에도 유리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텃새 정치인이 소중한 것은 그들이 자신을 위해서 일하기보다 지역사회와 국가 나아가 국민을 위해 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는 텃새 정치인을 도와주고 싶다. 그 사람이 소속된 정당이나 지역구에 관계없이 도와주고 싶다. 그런 사람을 선택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유권자들에게 그런 사람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적어도 텃새 정치인은 철새 정치인과는 달리 자신을 위해서 일하기보다 세상을 위해 일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국회에 진출하게 되어, 우리 고장은 물론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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