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만 대한지적공사 대전충남본부장 |
위나라 충신 방총이 태자를 수행해 이웃 조(趙)나라에 인질로 잡혀가기 전, 혜왕(惠王)에게 이렇게 묻는다. “전하, 만약 어떤 자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 고 아뢰면 전하는 믿으시겠습니까?”
당연히 혜왕은 “그걸 누가 믿겠는가?” 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방총은 각기 다른 자가 같은 말을 두 번 더 반복해 아뢰면 그땐 어찌하겠냐고 묻자, 혜왕은 “그러면 과인은 믿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라고 대답했고, 방총은 이런 말을 한다. “호랑이가 시장에 있을 리 만무하나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으로 되어 버립니다(三人言而成虎).”
거짓이라도 여러 사람이 같은 말을 자주 반복하게 되면 진실로 믿게 된다는 사자성어인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이 일화에서 유래한다. 이 같은 충언에도 불구하고 방총은 훗날 고국 복귀 후에도 간신들의 모략에 혜왕을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다.
어느덧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고, 여야를 불문하고 공약내용은 달콤하되 흑색선전은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일본은 때맞춰 기괴한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인 지난달 27일 그들은 독도가 자국영토라는 주장이 강화된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한 것.
2010년 초등학교, 지난해 중학교에 이어 이번에는 고교 교과서 39종 중 독도 영유권 내용을 담은 교과서가 무려 21종이나 된다고 한다.
일부 일본 국회의원들은 오는 11일 도쿄에서 독도 영유권 관련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다시 한번 거짓 '호랑이'의 출현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달리 한반도는 총선열기로 인해 그들의 야욕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삼인성호'가 결코 중국 고서만의 이야기로 지나칠 수없는 까닭을 여기서 찾을 수있다.
우리 입장에서 독도는 한국 영토임이 당연한 진실이다.
반면 일본은 이 문제를 우리와 해결하려 하지않고, 자신들만의 논리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꾸준히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의 명백한 진실인 '독도'가 그들의 거짓 '호랑이'에 설득 당할 위기에 처했다.
일본은 뛰어난 외교술로 근세 이후 단숨에 열강 반열에 동참했을 만큼, 남다른 외교계의 '종결자' 다.
한때 영국을 움직여 러시아를 제압하고 독일과 연합해 중국과 동남아를 제패했으며, 패전 후 미국과 손잡고 화려하게 부활한 바 있다. 우리가 그들을 무시해선 안 될 이유이나, 그동안 '무시'로 일관화했다.
도발에 맞선 감정적인 언쟁이 오히려 주변국의 관심을 끌어,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야말로 '밑져도 본전'인 그들과 우리 입장은 분명히 다름을 주지해야한다.
우리는 최악의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까지 가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한다.
그래서 없는 '호랑이'를 출현시키려는 그들의 꼼수는 분명 우리가 막아야 할 숙제요 사명이다.
다행히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이와 관련해 초ㆍ중ㆍ고 독도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국 4개 권역 독도전시회 순회개최와 탐방 아카데미 확대, 학습 부교재 보급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 다른 한편에서는 그들의 그늘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 주관의 지적(地籍) 재조사사업도 그 대표적 사례다. 현행 지적제도가 일제강점기 하에 세금징수와 토지수탈을 목적으로 도쿄 원점의 종이지적도를 기반으로 작성된 태생적 한계를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일본으로부터 지적주권을 회복하고, 우리의 국격을 높인다는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2030년까지 구시대적인 아날로그 지적을 세계 표준의 디지털 지적으로 전환하면서, 경계분쟁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 국민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아울러 마지막 남은 일제 잔재청산 흐름에서 '지적(地籍) 자주 독립'이란 의미도 담겨있다.
아시아의 유일한 G8 멤버이자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건강한 이웃으로 공존하길 기대하는 마음에 앞서, 우리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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