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그래서 직장 문을 나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끝없는 지루함과 허전함 그리고 나빠진 건강, 한마디로 말해서 무위도식하는 나날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때로 의욕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십중팔구 퇴직금마저 까먹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직장을 그만둔 후의 삶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 결국 나의 인생은 여기에서 그치고 마는 것인가라는 자조적인 물음을 되뇌이면서.
그러나 이러한 경우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보자. 나이 25세에 직장을 잡았고 55세에 명예 퇴직했다면 30년 직장생활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 인생의 남아있는 시간은 또 얼마인가? 바로 30년이다. 또 다른 30년의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직장을 그만둔 시점은 인생의 전반전을 마친 것뿐이며 이제 다시 새롭게 인생의 후반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운동경기에 있어 물론 전반전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승부는 후반전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의 삶 역시 진정한 승부는 바로 인생의 후반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전반전에 형편없는 전략 때문에 많은 점수를 잃었지만 후반전 들어 전력을 가다듬고 열심히 뛰면 잃은 점수를 회복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운동경기보다 더 긴 시간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삶에 있어서의 역전은 사람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인생의 후반전에 있어서의 승부란 바로 '돈의 문제'가 아닌 '삶의 의미의 문제'라는 것이다. 인생의 전반전 승부는 사실 '돈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그래서 어느 정도 축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직장을 그만둔 시점에서는 돈을 벌어서 모은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제는 우리에게 남은 삶이란 바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전반전에 잘 살기 위해서 돈을 벌었으면 이제 그 돈을 가지고 인생의 후반전에서 정말 잘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도대체 후반전에 살아갈 돈이 없으니 어떻게 의미 있게 살 수 있겠는가라고. 그러나 말년에 놀고먹으면서 여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열심히 일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많은 돈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퇴직 후에 무위도식하려는 사람은 바로 인생의 후반전 경기를 포기하는 사람과 같은 것이 아닐까? 후반전에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 하며 그동안 의미 있게 살지 못했던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자신의 욕심과 야망에 따라 살아왔던 젊은 시절, 인생의 전반전으로부터 이제 돌이켜 삶의 의미를 찾는 일, 인생의 후반전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자신이 습득한 전문적인 지식을 남에게 가르쳐 줌으로써 지식을 나누는 일, 재능이 있었지만 직장일로 하지 못했던 것을 배우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재능을 나누는 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 등 주위에 찾아보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물론 모두 무료로 봉사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이 그동안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좋은 일을 하는 것은 그다지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인생의 후반전에 있어서 돈에 너무 구애되지 않길, 또한 돈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인생의 후반전이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을 모두 나누어주고 가는 아름다운 삶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정말 아름다운 삶을 살았는가?'라는 인생의 진정한 승부가 인생의 후반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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