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보다 길을 복원 또는 개발하면서 사실상 파괴된다는 점이 문제다. 인위적인 조성으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큰 짐이 될 게 뻔하다. '원조' 격인 제주 올레길마저 길 주변부의 훼손을 겪고 있는 상태다. 환경보호와 보전을 무시한 무분별한 길 조성은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마련이다.
몇몇 관심이 가는 길도 있다. 태안 유류사고의 기적을 일군 해수욕장 등 11곳을 연결한 태안바라길이 그런 경우다. 120여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방제작업로가 탐방로가 되면 '흥행적' 요소가 없지 않다. 또 다양한 문화원형과 스토리를 묶은 대표 옛길인 충남연가도 있다.
하지만 제주 올레길이 유명해진 건 스토리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사람과 역사가 빠져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지난해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제주도가 보유한 천혜의 관광자원 덕이다. 지역의 길 조성 목적의 하나인 관광객 유치 등 사업 성과 면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지금 만드는 길이 온전한 생태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만큼 지갑을 여는 관광객 증가 효과는 더더욱 의문이다. 제주도처럼 올레길 코스로 숙박업소 등 관광 비수기의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과열에는 전시행정이 따르고 전시행정은 낭비를 부른다.
지자체의 길 사업 경쟁이 속도를 낸 다른 이유도 있다. 5개 중앙부처가 전국 수백 곳의 길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코스 중복이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홍주성천년여행길과 내포문화숲길 등이 그렇다. 제주 올레는 막대한 예산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민ㆍ관ㆍ군의 협조 아래 비로소 아름다운 길이 탄생했다.
충남도의 경우 모든 시ㆍ군에 솔바람길 개설을 계획하는 등 지자체의 길 조성사업은 한 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지역밀착형 길을 만들려면 관 주도가 아닌 지역주민과의 유대가 절실하다. 대전 유성과 세종시 금강변을 잇게 될 새로운 길도 마찬가지다. 명품 테마길은 유행을 좇는 지자체의 의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따라하기도 잘 해야 승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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