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전 최고의 연극을 가리는 '제21회 대전연극제'가 열린다. 지역 연극인들은 지난 1년간 갈고 닦은 솜씨를 발휘할 기회의 장이고, 시민들은 좋은 연극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년 안에 초연된 따끈따끈한 신작들이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연정국악문화회관에서 상연된다. 이번 연극제 대상수상작은 광주에서 열리게 될 '제30회 전국연극제'에 대전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이번에 출전하는 작품은 총 3개다.
▲ 극단 앙상블 '불나고 바람불고' |
이야기는 영악한 출판사 영업사원 양상호가 전혀 유명하지 않은 만화가 김종태의 집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책을 팔기 위해 만화가의 집을 방문한 영업사원은 온갖 미사여구와 거짓말을 동원해 책을 파는 데 성공한다. 계약서에 서명한 만화가는 혼자 사느라 '가정식 백반'을 못 먹어봤다며 영업사원에게 함께 점심을 먹자고 제안한다.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만화가와 영업사원은 서로 초면이 아닌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데….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이 작품은 코믹하게 출발해 으스스한 스릴러로 급변주되기도 하고, 종국에는 보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수작이다.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게 던진 선의의 거짓말, 의미 없는 약속, 기억에서도 잊혀질 싸구려 동정심이 '희망'이 아닌 '폭력'과 '독'이 될 수 있음을 극단적이고 신랄하게 보여준다. 관객들은 연극이 진행되는 내내 그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다.
▲극단 앙상블 '불나고 바람불고'=13일 오후 4시ㆍ7시 30분. 극단 앙상블은 창작초연작 '불나고 바람불고'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작품은 어느 절의 불상에서 피눈물이 났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첩첩산중에 있는 100년 사찰 '달마사'는 어려운 접근성과 큰 스님의 건강악화로 신도들의 발길이 끊겨 사찰 살림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주지와 젊은 스님들은 신도를 끌어모을 수 있는 묘안으로 달마사를 홍보하려하지만 큰 스님의 반대로 포교를 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대웅전 본존목불이 피눈물을 흘리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불상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신도들로 달마사는 호황을 누린다. 하지만, 이것이 과학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밝혀지게 되면서 달마사는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데…. 극단 대표 이종국씨가 연출을 맡았으며, 스님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삭발 투혼의 열정으로 무대에 선다.
▲극단 드림 '구름다리 48번지'=14일 오후 4시ㆍ7시 30분. 연극 '경로당 폰팅 사건'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극단 드림이 오랜만의 창작 초연작을 무대에 올린다. '용서'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끝없는 절망에 이른 한 인간이 용서하고 용서받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을 살아온 중견 여배우 강운교. 그녀는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성공한 배우다. 어느 날 운교의 자서전을 대신 써주기 위해 방문한 대필작가 현민과 이야기를 나누며 과거를 회상한다. 읍내 밤무대에서 노래하는 아가씨와 결혼한 운교의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내다 운교가 6살 되는 해에 숨을 거둔다. 할머니 손에 맡겨진 운교는 훗날 성공한 배우가 되지만 말 못할 비밀이 한 가지 있다. 그녀의 숨겨진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박수영 기자 sy870123@
●대전연극제 공연안내(공연시간:오후 4시, 7시30분)
12일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법
13일 불나고 바람불고
14일 구름다리 48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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