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강 |
이번 허 작가의 전시는 재료와 소재에 있어 지난 개인전의 연장선에 있다. 식물, 곤충 등의 자연물이 금속판 위로 고스란히 옮겨졌기 때문이다. 허 작가는 이전에는 자연의 이미지를 전시하듯 드로잉하고 원형금속판을 음각으로 부식해 선을 드러내는 작업이었다면 이번에는 모양 그대로 레이저로 뚫어내 양각의 입체물을 만드는 변화된 방식을 선보인다.
작가는 그간의 크고 작은 작업 변화에도 늘 '자연으로부터'를 전시 주제로 사용해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자연과 인간 사이를 오가는 어떤 것'이라고 말한다. 보이는 자연을 현대적 감각으로 번안해 우리의 삶의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허 작가의 작업에서 관객들은 섬세함과 정교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페인트 흘리기를 사용한 작품도 선보인다. 작가의 손 감각과 예견된 기계적 작업을 통해 이끌어 온 완성된 작업을 돌연 페인트에 담갔다가 꺼낸다. 페인트는 자체의 무게와 중력으로 흘러내려 마치 심해에나 있을법한 이상한 어류의 촉수처럼 관객들의 시선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축구경기의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방향을 전환해 예상치 못한 공간을 확보할 때 주는 서늘함 뿐만 아니라 통쾌함까지 느낄 수 있다. 자연과 문명 혹은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그 어떤 것에도 차별적 시선을 보내지 않는 허 작가의 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받아들여야 할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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