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가장 살기좋은 도시는 바로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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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엔디컷]가장 살기좋은 도시는 바로 대전!

[목요세평]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 승인 2012-04-04 14:12
  • 신문게재 2012-04-05 20면
  •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여러분은 대전시의 슬로건에 대해 잘 알고 계시죠? 버스, 택시, 많은 포스터에 쓰여 있으니까요. 봄비 소리를 들으며 깨어난 지난 토요일 아침, 문득 그 슬로건의 의미가 제 가슴에 와 닿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제 제 고향 집 가까이에서 일어났던 파괴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지난 주말, 미국 중남부에 제가 기억하는 한 최악의 폭풍우가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폭풍우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폭풍우는 인구 밀집 지역에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습니다.

회오리바람 때문에 광활한 농장과 밀밭, 농가들이 파괴되고 가축들이 죽었습니다. 다행히 이런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폭풍대비용 대피소'가 있어서 그곳에 들어가 무거운 문을 걸어 잠그고 폭우를 피할 수 있습니다.

폭우가 지나갈 때는 화물 기차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것처럼 굉장하지만 폭풍이 지나간 후엔 힘을 내 피해 복구에 힘을 쏟았었죠.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이번 폭풍우는 마을의 '핵심지역'을 강타했습니다. 폭풍우는 주택과 상가, 주민들의 목숨을 거대한 청소기처럼 휩쓸어갔습니다.

39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목숨을 잃은 사람들 중에는 가족들 품에서 떨어져 나가 100m나 내던져진 어린 여자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며칠 뒤 마지막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발견되었고 국민들은 애도했습니다.

앨라배마, 테네시, 켄터키, 오하이오, 조지아주를 강타한 폭풍은 제 손녀 알렉스가 거주하는 곳까지 휩쓸었습니다. 조지아 케네소(Kennesaw) 주립대학에 다니는 그녀는 용돈을 벌기 위해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가게의 매니저가 “모두 냉각기에 들어가세요!”라고 소리치자 모든 직원들과 손님들은 냉각기로 피신했습니다. 잠시 후 화물 기차가 지나가는 듯한 요란한 굉음이 들렸고 알렉스가 지키고 있던 계산대와 손님들이 커피와 점심을 먹는 곳의 커다란 창문들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사람들이 냉각기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슈퍼마켓은 산산 조각난 유리 파편과 부서진 식탁과 의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폭풍은 저의 집인 매리에타(Marietta)에서 1마일이 조금 넘는 수엘밀로드(Sewell Mill Road)라는 곳을 지나쳤습니다.

제 아들, 며느리 그리고 손자는 물, 손전등, 비상용 라디오를 챙겨 지하실로 대피했습니다. 별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수백년을 자란 남부 소나무의 붕괴는 폭풍우의 공포를 상기시켜주기에 충분했다고 합니다.

지난 3월 11일은 일본 대지진 1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 아내는 일본에 일가친척이 많습니다. 저희는 후쿠시마 핵원자로 주변 안팎으로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공포를 다시 체험하는 NHK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카메라, TV 카메라, 휴대폰 카메라 같은 현대적인 장치로 그렇게 설득력 있게 자연재해를 담은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1만8000여명의 개인자료를 공유했고 NHK는 그 자료들을 지진부터 시작해서, 해일, 그리고 원전 사태 순으로 정리해 프로그램화 했습니다.

미국의 폭풍 피해로 인해 2011년 봄에 일어났던 일본의 재해가 떠올랐고 재해에 대한 염려로 잠이 들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한국에서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해야 될 때라고 알려주는 봄비 소리에 깨어났습니다. 그리고는 베개에 여전히 머리를 베고 누워있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It's Daejeon!'(가장 살기 좋은 도시 거기가 바로 대전이구나!)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요. 회오리바람도 지진의 공포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태풍은 대전에 닿기도 전에 힘을 잃고 쓰나미는 이곳까지 영향을 못 미칩니다. 제 말에 동의하시지요? 대전은 정말 특별한 장소이기에 'It's Daejeon'이라는 슬로건과 딱 맞아 떨어집니다.

'나무를 톡톡 두드렸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나무가 신들의 지배 영역이라 믿어 행운을 빌기 위해 나무를 두드렸습니다. 나무를 베기 전에 신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도록 나무를 두드렸습니다.

우리는 신들의 분노를 사지 않기 위해 나무를 두드립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미 나무를 두드렸고 이곳은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대전이 아닙니까? 이토록 살기 좋은 대전에 산다는 것은 신의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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