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달걀꾸러미 - 추억어린 달걀과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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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달걀꾸러미 - 추억어린 달걀과 소금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 승인 2012-04-03 14:58
  • 신문게재 2012-04-04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새 봄이 오고 있다. 어느새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고 새싹이 솟아나고 있다. 이 때쯤이면 들녘에는 나물 뜯는 여인네들의 손끝이 분주하고 참새ㆍ멥새ㆍ토끼ㆍ염소들이 새 풀을 뜯느라 여념이 없다. 어미닭과 노랑병아리도 몰려다니면서 한 몫을 한다.

지금은 달걀이 너무 흔해서 귀한 음식인지 모르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달걀은 참으로 귀한 음식이었다. 집집마다 암탉을 키워서 하루에 한 개씩 낳는 달걀을 고이 모아서 살림 밑천으로 썼다. 생일날이나 잔칫날, 제삿날 아니면 달걀을 맛보기가 힘들었다. 평소에는 귀한 손님이 오거나 소풍 갈 때 달걀을 맛보는 정도였다. 특히 군에 간 아들이 휴가를 나오면 닭도 잡고 달걀을 구해서 먹여 보내려고 어머니, 할머니들은 애를 썼다. 집에 기르는 닭도 없고 달걀도 없으면 온 마을을 뒤져서 집집마다 다니면서 구해서 먹였다. 휴가를 다 끝내고 군에 돌아갈 때는 떡과 달걀을 준비해서 전우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보내곤 했다.

달걀은 이처럼 귀한 음식이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서 겨울에는 풀이 말라서 지금처럼 소, 염소, 양, 토끼 같은 초식동물들을 기를 수 없었기 때문에 곡물이나 남은 음식으로 기를 수 있는 닭이나 돼지, 개 등을 주로 길렀다. 그 가운데서도 손쉽게 기를 수 있는 것이 닭이었다. 닭은 고기뿐만 아니라 달걀을 얻을 수 있었고 손쉽게 다룰 수 있었다. 집집마다 닭을 놓아기르기도 했지만 이웃의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었기 때문에 닭장을 만들어서 길렀다. 그런데 이 닭장 안에는 닭들이 날아올라 앉을 수 있는 횃대와 닭둥우리가 있었다. 닭둥우리는 초가지붕 마루에 올리는 용마루처럼 짧게 엮어 오므려서 만들었다. 이 닭둥우리는 닭이 달걀을 낳는 곳이었고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곳이기도 했다. 암탉이 커서 달걀을 낳을 때가 되면 이 둥우리에 다른 달걀을 넣어 놓는데, 이 달걀을 '밑알'이라 했다. 여기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비를 밑알에 비유해 '밑알 넣는 일'이라 하기도 하고 '밑알을 잘 넣어야 좋은 결실을 맺는다'는 말들이 생겨났다. 이 닭둥우리에 하루에 하나씩 낳는 달걀을 모아서 짚으로 달걀꾸러미를 만들고 달걀을 열 개씩 넣어 꾸렸다. 그런 까닭에 지금도 달걀 한 줄을 열 개라고 하는 기준이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달걀꾸러미를 시장에 내다 팔아 살림 밑천으로 삼기도 했고 소중한 가정행사나 소중한 날에 귀히 아껴 쓰곤 했다.

오늘 한번 쯤 소풍갈 때나 기차 여행 때 삶은 달걀에 소금을 얹어 먹던 옛 추억에 잠겨보자.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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