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1학년이 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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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1학년이 된 선생님

[교육단상]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 승인 2012-04-03 14:58
  • 신문게재 2012-04-04 20면
  • 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 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 김영수 대전둔원초 교사
교직경력 14년째인 필자에게 올해는 아주 특별하다. 처음으로 1학년 담임을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 13년 동안 나름대로 고학년 전문(?)교사라고 생각했던 필자가 갑자기 1학년 담임을 맡은 것은, 올해부터 대학원에 다니게 되어 오후에 수업이 없는 저학년 담임을 선택한 것이다.

고학년 담임을 하면 수업 시간뿐만 아니라 생활지도에도 많은 시간을 써야 하고, 학습 내용이 어려워 교재연구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머리 큰 녀석들과 신경전(?)을 하려면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1년 동안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체력 소모가 대단히 크다. 그런 점 때문에 올해는 고학년을 맡지 않겠노라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필자의 예상은 입학식 첫날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초등교사라고 하면, '꼼꼼하다', 좋게 말해서 이렇지. 나쁘게 말하면 쩨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낯선 사람에게 필자를 소개할 때 초등학교 교사라고 하면 한결같은 반응을 느낄 수 있다.

'아!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고, 순수하고, 소심하고, 꼼꼼한 사람이겠구나!'라는 식의 느낌을 받는다. 필자는 그런 세상 사람들의 선입견이 불편하고 싫어서 필자의 직업을 얘기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게다가 남편까지 초등교사라는 걸 알고 난 후 그들의 반응이라니…. 어쨌거나 이런 직업성이 별로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필자는 고학년이 적격이라 여기고 저학년 담임을 하지 않았다.

드디어 시작된 필자의 1학년 담임 생활. 생각보다 긴장되고 어려웠다. 입학식 날부터 기대감과 설렘에 가득 찬 눈으로 필자를 바라보는 학생들과 부모님들의 모습이 자꾸 어른거렸다. 1학년쯤이야 식은 죽 먹듯이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첫날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첫 수업이 시작된 날, 필자 또한 설레는 마음을 안고 평소보다 이른 출근을 했다. 하지만, 이미 교실 앞의 복도에는 학생들과 부모님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깜짝 놀랐다.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이야….' 송구스런 마음으로 재빨리 교실 문을 열었다. 이렇게 시작된 첫날 수업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드디어 하교 시간! 학생들과 전체 인사를 마치고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교실 앞에서 학생 한 명 한 명과 다정한 포옹을 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교실 문을 닫으며 책상 앞에 앉는 순간, 아뿔싸! 학교 정문까지 학생들을 데려다주라고 학년부장님이 신신당부하지 않았던가?

첫날부터 긴장했던 탓인지 그걸 새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뒤늦게 뛰어 나가보았지만 이미 아이들은 기다리고 있던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없었다.

요즘 1학년 담임을 하면서 크게 깨닫는 바가 있다. 바로 교직의 전문성에 대한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그렇게도 불편하게 여겼던 교사의 꼼꼼함이 교직의 전문성 중의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교사가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고, 수업준비가 안 될 수도 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불편함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교사는, 특히 초등교사는, 꼼꼼히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학생들 개개인을 관찰하고 챙겨주고 지도해야 한다. 그렇게 작은 것부터 챙기다 보니 습관이 되고 그것이 몸에 배는 것이다.

요즘 필자는 꼼꼼하게 챙기는 연습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내용을 수첩에 기록하고, 알림장에 빠진 내용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주며, 학생들 표정 하나 몸짓 하나에도 관심을 두고 늘 다정하고 온화한 미소로 학생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반 학생들처럼 필자도 1학년이 되어서 '우리는 1학년'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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