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경쟁 사회 의사를 장사꾼으로… 환자만 열심히 보는 풍토 만들고파

생존경쟁 사회 의사를 장사꾼으로… 환자만 열심히 보는 풍토 만들고파

청진기만 대도 10년간 면허정지되는 시대 문제법안들 목소리 낼 것 황우석 교수 후원은 친구로서 당연한 도움…여전히 '옳다' 생각해

  • 승인 2012-04-03 14:17
  • 신문게재 2012-04-04 11면
  • 대담=이승규 사회부장(부국장)ㆍ정리=김민영 기자대담=이승규 사회부장(부국장)ㆍ정리=김민영 기자
[중도초대석] 대전의료 9대수장-황인방 대전시의사회장

▲ 사진=손인중 기자
▲ 사진=손인중 기자

제9대 대전시의사회장 선거가 있던 지난 2월 24일. 선거 열기로 분위기가 들떠 있어야 할 총회장은 의사들의 침울한 분위기로 적막한 공기가 감돌았다. 인사말과 격려사는 물론, 경선을 벌이게 되는 회장 후보자들까지도 점점 힘들어지는 의료환경을 탓하는 '성토의 장'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요즘 의사들은 자신들의 진료가 '주먹만한 고구마' 보다 못하다고 한다. 한때 고구마 가격이 높아졌을때는 한개에 2000원을 호가했다.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돌보고 의료보험 공단으로부터 인정받는 의료수가가 1500원임을 감안하면 그들의 진료 값어치는 정말 고구마보다 못한 가치를 인정 받는 꼴이다. 10여년 동안 모든 물가가 올랐지만, 의료보험 수가만 제자리걸음이다. 점점 열악해지는 의료보험 재정으로 보험료를 줄이기 위한 의료기관 억제정책도 쏟아지고 있다. 황인방(59) 순풍산부인과 원장은 무거운 책임과 임무를 떠안고 제9대 대전시의사회장으로 당선됐다.

황인방 회장은 이름만 들어도 미소가 지어지는 '순풍'산부인과 의사다. 중구지역에서는 유일한 분만병원이기도 하다. 의사 혼자 운영하면서 24시간 분만이 어려운 산부인과 의원들은 점점 분만을 포기하고, 피부 미용이나 다이어트, 노인병원 등으로 눈을 돌렸다. 황 회장은 지역에서 유일하게 분만을 하며 24년간 중구 산모들을 지켜온(?) 지역 토박이다. 환자를 돌보고 의료 현실과 맞서 싸우고,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그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사실 그는 의사회장 재수생이다. 지난 8대에 도전해 고배를 마신 이후 재도전 해 당선됐다. 차기 의사회장은 '떼어논 당상'이라고 생각했지만, 또다시 후배와 경선을 치러야 했다. 황 회장에겐 다소 상처가 될 수 있지만 당시의 심경을 물었다.

- 의사회장 선거때 마음 고생좀 하셨죠?
“마음고생 좀 했죠. 마음고생 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지금은 화합이 중요하니까.”

- 왜 의사회장에 출마할 결심을 하게 됐나요? 이유가 있었습니까?
“의사가 환자만 열심히 봐도 되는 풍토를 만들고 싶었어요. 의사가 옛날에는 존경받았잖아요? 생존경쟁이나하고 돈벌이나 하는 장사꾼으로 보면 안돼잖아요. 점점 사회가 그렇게 가는 것 같아서요.”

- 의사가 되기까지 주변 영향이 있었나요? 집안에 의료인이 있다든 지.
“아버지는 선생님이었어요. 의사가 된 건 아버지 영향이 좀 있었어요. 아버지 동생(삼촌)이 좀 똑똑했던 모양이에요. 시골에서 공주까지 유학을 가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까요. 그분이 병으로 돌아가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뇌에 염증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제대로 된 치료도 못받고 돌아가셨어요. 아마 그때 아버지께서 자식을 의사로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의과대학을 권유했고, 신경외과 쪽 공부를 원하셨어요.”

- 순순이 수긍했어요?
“고등학생이 뭘 아나요. 옆에서 길을 터주는 사람이 있으면 하게 되더라고요. 의사가 되기까지 아버지 영향이 컸죠. 중학교때부터 의사가 돼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스스로도 당연하게 받아들였어요.”
황 회장의 진료실에는 그의 가족사진부터 동료와의 모습까지 다양한 사진이 걸려있다. 그중 색소폰을 부는 모습의 사진이 눈에 띈다.

-색소폰은 남자의 로망이라고 하던데. 색소폰을 잘 하시나봐요?
“예전에는 열심히 했었죠. 2000년 밀레니엄이 오는데 기념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에 2000년부터 시작했어요.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유세를 하면서 색소폰을 부는 모습을 TV에서 봤는데 멋있더라고요. 늘 마음가짐은 내일부터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하하하.”

▲ 황 회장의 진료실 한켠에 걸려있는 색소폰 연주 사진.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새로운 도전을 하고싶어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 황 회장의 진료실 한켠에 걸려있는 색소폰 연주 사진.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새로운 도전을 하고싶어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 색소폰 부는 황 회장을 부인도 좋아하세요?
“그럼요. 집사람이 좋아해요. 색소폰도 집사람이 사줬는 걸요. 교회에서 저녁 찬양할때 연주 연습하곤 했죠.”

-부인은 어떻게 만났나요. 연애결혼 하셨어요?(황 회장 부인인 황영희씨는 현재 순풍산부인과내 내과 의사로 근무중이다)
“입학하자마자 만났어요. 연애할 생각도 하지 않았죠. 동기생 친구였으니까요. 같은 황씨고 집사람은 79번, 나는 80번이었어요. 맨날 실습도 같이하고, 붙어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혼도 하게 됐죠. 집사람은 공부를 무척이나 잘했어요. 중학교때부터 의과대학까지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녔어요”

- 황우석 교수 후원회장 하셨었죠? 사실 지역에서 회장님이 황우석 교수 후원회를 했다는 것으로 더욱 이름이 알려졌던 것 같은데….
“친한 친구예요. 저희들은 스캔들이 아니라 황우석 케이스라고 해요. 그 친구의 평소 성품을 봤을때 잘못을 할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어요. 뭔가 비하인드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 뭔가 숨겨진 사실이 있었군요.
“황교수의 모든 일이 국책사업이었어요.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은 역대 대통령들이 많았어요. 김대중 대통령은 다리가 불편해서 관심이 많았고, 그에 따른 지원도 많았죠. 줄기세포에 꽃을 피운것은 노무현 대통령이시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로열티 문제가 나왔던 것 같아요. 그거에 대한 음모가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황교수 후원회도 여전한가요?
“지금은 친구로 잘 지내고 있어요. 소문이 잘못 났어요. 후원이라기 보다는 친구로 서로 도와주고 답답한 문제 있으면 상의하는 사이죠. 신념을 갖고 있어요. 황교수는 옳다,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어느해보다 정부차원의 의사 압박 시책이 많은 해로 손꼽힌다. 이에 따른 의사들의 분위기도 흉흉하다. 대전시 의사회를 이끌기 위한 마음가짐이 어느때보다 비장해야 할 때다. 황회장의 의사회 운영 방안을 물었다.

- 앞으로 3년간 의사회를 어떻게 이끌 예정이신가요?
“의사들이 각자 개업을 하고 있으니 큰 회사처럼 조직에 들어와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모으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의사들이 힘을 합하면 정말 큰 힘이 나와요. 학교다닐때 매스게임이라는 것을 하잖아요? 평소에는 못하다가 한마음으로 힘을 합하니 1등도 했던 기억이 있어요. 우선 의사들의 마음과 힘을 모으는데 집중하려고요. 바쁘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만나볼 겁니다. 점심 같이하며 일선 의사들을 모두 만나고, 대화를 하다보면 의사회에도 참여할 것이라 생각해요.”

-총선 시즌입니다. 의료 정책적으로 바라는 공약이 있나요?
“의사들을 죄어오는 것은 법안이라고 생각해요. 법중에 문제가 많은 법도 많아요. 예를들면 성희롱법을 보면 내과의사들이 환자에게 청진기를 대는데, 청진기를 댔을때 문제가 되면 의사면허를 10년간 정지 시킨답니다. 법안은 국회의원들이 만드는 것인데 현실적이지 못한 법안들이 상당히 많은것 같아요. 법 입안 전에 정당한 법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법안인지도 모르고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은것 같아요. 많은 표를 가진 사람이 원한다고 해서 옳다고 동조하면 안됩니다. 국회에 이러한 문제 법안들을 모아서 고쳐달라고 요구할 생각입니다.”

- 라이온스 총재도 예정돼 있으시죠?
“의사생활 하면서 사회활동을 많이 했어요. 라이온스, 와이즈멘 등 의사가 아닌 다른 이력이 많네요. 오는 7월 라이온스 총재 자리가 내정돼 있습니다. 356-D지구로 과거에는 대전ㆍ충남 지역이 관할이었고,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지구였죠. 회원수만 7600명이에요. 오래전부터 분구 이야기가 있었고 오는 7월 제 임기부터 분구 될 예정입니다. 대전, 금산, 계룡이 대전으로 오고, 나머지는 충남으로 분구될 예정이에요.”

- 한꺼번에 2가지 회장직을 맡으면 한쪽이 다소 소홀해지지 않을까요?
“일부에서는 라이온스 총재와 의사회장을 동시에 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의사회장 하면서 정치인 하는 사람도 있고, 큰 상관은 없다고 봅니다.”

의사들은 사명인이기도 하지만 이젠 직업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스승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교사라는 단어만 남아있는 현실처럼 말이다.

하지만 황 회장은 '의사선생님'으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의사가 된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의 의사에 대한 사명감은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고, 그의 자녀도 의사의 길을 걷게 했다. 24년전 받은 아기가 또다시 아기를 낳으러 오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과 사명감은 더욱 커진다는 황 회장은 지역 의사들을 대변하기 위한 회장 이전에 진정한 의료인의 모습으로 걷고 있었다.

대담=이승규 사회부장(부국장)ㆍ정리=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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