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총장 |
세계 각국도 새로운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는 그야말로 인재전쟁의 시대를 맞고 있으며, 과학기술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2004년 미국 경쟁력 강화법, 2007년 STEAM(Science &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al) 등 정부 차원의 과학기술 인재 정책을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펼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1984년부터 시행된 프레임워크 프로그램(Framework Program)이 어느덧 7차를 맞고 있으며 이미 FP 8(2014~2020)도 수립하였다.
일본도 탁월성 연구센터(Center of Excellence)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과학기술 인재 정책이 단연 눈에 띈다. 약 30년 전부터 다양한 과학기술 인재 육성 계획을 추진 중이며, 2008년에는 천인 계획을 수립하면서 전 세계의 인재를 불러 모으며 신흥 인재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각국이 정부 주도로 강력한 이공계 인재 육성을 추진하는 정책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공계 인재의 부족 현상과 핵심인재의 양성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국가연구소 기반의 인재양성 시스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미 국립표준연구소(NIST)와 콜로라도대가 합동으로 설립한 '실험천체물리학합동연구소(JILA)'나 미 항공우주국(NASA)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이 공동 운영하는 '제트추진연구소(JPL)' 등 국가연구소와 대학이 결합한 학-연 모델을 운영하면서 세계적 연구성과와 인재 양성을 동시에 일구고 있다.
독일도 1999년 기초과학의 대명사인 막스플랑크연구회(MPG) 산하 80여 개 연구소에 교육기능을 부여한 막스플랑크국제연구학교(IMPRS)를 운영, 60여 개의 스쿨에서 전 세계의 우수 석ㆍ박사 인재 4000여 명이 연구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도 1988년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18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설립한 총합연구대학원대학(Sokendai)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과학기술 선진국들이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국가연구소에 교육기능을 부여해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강화, 확대하는 추세이고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이공계 핵심 인재들을 유인해 자국의 R&D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과학기술 선진국들이 인재양성 채널을 기존의 전통적인 대학 시스템이 아닌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공계 진학률은 높지만, 이들의 일자리가 부족하며, 특히 석ㆍ박사급의 과학기술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2003년, 29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동으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를 설립한 것을 계기로 심층적인 협력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외국의 국가연구소대학과 개념을 같이하는 UST와 같은 새로운 교육시스템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채널이자 국가연구소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치열한 글로벌 인재전쟁 상황에서 기존 교육과는 다른 새로운 인재양성 채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육성 전략과 지지가 필요하다. 국가연구소의 연구역량 강화 및 활성화와 글로벌 핵심인재 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새로운 대학교육의 롤모델 정립에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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