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새로운 미디어와 뉴미디어아트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준기]새로운 미디어와 뉴미디어아트

[문화 초대석]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 승인 2012-04-01 15:32
  • 신문게재 2012-04-02 20면
  •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미디어아트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대중매체(Mass Media)의 기술을 예술에 도입한 것을 가리켜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매체를 사용한 예술이라는 의미에서의 뉴미디어아트(New Media Art)를 줄여서 부르는 경우다. 매스미디어아트를 줄여서 미디어아트라고 부르는 경우, 핵심은 복제가능한 인쇄물이나 영화, 라디오와 텔레비전, 나아가 비디오와 컴퓨터 등의 대중적인 매체를 이용한 예술이라는 데 있다. 뉴미디어아트는 올드미디어아트(Old Media Art)와 변별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전통적인 매체를 구사하는 예술, 즉 올드미디어아트의 대표적인 것은 회화와 조각이다. 2차원의 평면과 3차원의 입체로 구현하는 평면회화와 입체조각의 영역은 수천ㆍ수만년동안 인류의 문화가 축적해온 재현의 기술이며 표현의 방법이었다. 기실 선사시대의 암각화나 동굴벽화, 그리고 고인돌과 같은 거석문화 속에는 추상과 개념, 설치 등을 관통하는 20세기의 예술적 의제들이 다 들어있다. 하지만 근대 이전과 근대 이후의 예술은 그 차원이 다르다. 공동체 차원의 소통을 위한 제의적인 요소에서 출발한 시각적 표현물이라는 점에서 근대 이전의 예술은 실용성에 기반을 둔다.

근대 이후의 예술은 실용성보다는 무목적성에 그 존재근거를 둔다. 근대이후의 예술은 구체적인 쓸모의 문제를 넘어선 정보소통의 제도나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미디어라는 말이 근대이후의 예술제도와 개념에 있어 중요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뉴미디어아트와 올드미디어아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예술의 생산과 소통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뉴미디어아트는 원본과 복제본의 차이가 없는 새로운 예술이며, 디지털과 영상, 그리고 인터넷 등의 새로운 정보생산과 유통 방식을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그 이전과 다른 새로운 예술이다.

디지털과 인터넷, 그리고 영상문화를 매개로 하는 새로운 미디어 상황은 인류사를 뒤바꿔놓은 거대한 사건이다. 마크 포스터는 인류의 역사를 생산양식의 변화과정으로 설명한 마르크스의 프레임을 차용해서 정보양식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는 정보양식론에 근거하여 디지털과 인터넷이 만들어낸 동시대를 제2미디어시대라고 규정한다. '새로운 매체'의 의미를 망각한 채 미디어아트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심란한 물신화 현상이다. 뉴미디어아트 자체를 하나의 장르 개념으로 인식한 나머지 특정한 예술가들이 표현 수단으로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는 것 정도로 그 의미를 한정하는 데서 나오는 오류다.

백남준이 비디오를 예술언어로 채택한 이후 예술은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의 것으로 바뀌었다. 무한히 복제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샘플링과 믹싱은 예술생산의 근간을 뒤집었다. 인터랙티브아트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한다. 단수가 아닌 복수의 매체를 사용하는 멀티미디어아트라는 개념도 있다. 디지털은 전자적으로 부호화한 정보생산과 저장방식을 말한다. 0과 1의 조합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세계는 예술의 생산과 유통, 사용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정보의 민주화를 이뤄낸 디지털과 인터넷의 가능성은 전문화나 분화와 같은 근대적 패러다임을 통섭이나 융합 등과 같은 탈근대적인 것으로 바꿔놓고 있다. 바야흐로 근대적인 예술 개념과 제도가 새로운 미디어 시대를 맞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2.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5.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