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자녀'가 많은 사연은…
그녀(그이)의 과거가 궁금한 이유…
▲ 최충식 논설실장 |
필자는 이 같은 세태 조사에서 진화생물학적인 흔적을 발견한다. 동물행동학자 킬 그래머는 한 데이트 주선업체를 조사 대상으로 남자 수입이 높을수록 찾는 짝의 연령대가 내려가는 상관관계를 알아냈다. 여기서는 45세 남자가 20세 여자를 찾고 20세 여자는 부족 내 지위가 안정된 45세 남자를 찾았을 원시의 풍속도를 엿본다. 그 유습으로 남자는 예쁜 여자, 여자는 경제력 있는 남자를 찾는 것일지 모른다.
때맞춰 쿠폰 미디어 코코펀은이 20대와 30대 여성의 57%가 데이트 비용을 예의상 내는 척만 한다는 따끈따끈한 통계를 내놓는다. 진화의 방향으로는 남자가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는 게 합당하다. '합리적으로 반반씩 부담' 37.1%는 후한 편이다. 진화생물학의 눈은 삐딱하다. 일부일처제는 부자연스러운 번식 전략이다. 조선시대에 축첩이 용인됐던 건 그것이 가부장제를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이런 조사도 있다. 미혼 남자 56.7%, 여자 46.4%는 결혼 후 이성의 인기를 끌 듯싶은 배우자감에도 '오케이' 한다. 성적 매력은 종족보존에 유리하고 누구를 위해 화장하는지는 불필요한 논란이다. 소개팅 서비스 회사 이음의 설문 결과 싱글 남녀의 54%가 남자도 비비크림 정도의 기초화장은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필자도 '여자'가 사준 화장품을 쓰지만<사진> 번식 성적 최대화를 바라서는 결단코 아니다.
이번에는 '봄과 바람의 연관성' 조사도 했는데(결혼정보회사 레드힐스), 여자 10명 중 7명에게 봄은 마음이 가장 들뜬 계절이고 애인이 무심하거나 권태기일 때 바람피우고 싶다(40.7%)고도 했다. 진화생물학의 진도는 이 이상 그만 나가려 한다. 복거일 소설가가 여자대학 특강에서 진화생물학 얘기를 꺼냈다가 진의와 무관하게 여성 비하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인식의 결과가 틀려도 맞게 되는 것이 인식의 덫이다.
복 선생의 말대로 술집, 밥집 이름에 '이모집'이 많고 고모집이 드문 이유가 있다. 진화생물학적으로 여자는 자기가 낳으면 모두 자기 자식이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 10% 정도는 동거 남자의 자녀가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 미혼남녀 68%는 연인과 교제 중에 외도를 한다. 지조 있다는 조류의 새끼 30~70%는 함께 지내는 수컷의 씨가 아니다. 수틀리면 감행해 버리는 이혼이나 이별도 진화생물학적 손해를 줄이는 방편이 된다.
그러고 싶지 않은 미혼녀 2명 중 1명은 과거를 숨긴다. 여성의 52.1%가 과거 성경험에 대해 반드시 거짓말하며 남성의 85.8%는 경우에 따라 거짓말한다. 연인에게 성경험을 물어보는 예는 52.2%나 되는데 여자가 많다. 만우절을 맞아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 30대 미혼남녀 278명에게 물어본 여론조사 결과다. 상대에게 과거 비밀 털어놓기는 나무꾼이 선녀에게 날개옷을 꺼내주는 짓일 수 있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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