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ㆍ도지사들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지방과 아무런 협의 없이 추진하는 바람에 무상보육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어렵게 재정을 꾸리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시ㆍ도지사들의 이러한 요구는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에도 지방 재정부담 완화 대책을 수차례 촉구했지만 정부는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올해부터 확대 시행된 영유아 무상보육은 부모의 소득수준에 관계 없이 만 5세의 자녀에게 매월 각 20만 원씩을 지급한다. 0세는 30만4000원, 1세는 34만7000원, 2세는 28만6000원이 지급된다. 내년부터는 만 3~4세에게도 확대 적용된다. 문제는 무상보육이 전액 국비사업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40~50%의 재원을 내야 한다는 점이다. 성명서에 따르면 지방은 당장 3279억 원, 새로 늘어날 수요까지 고려하면 약 72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막대한 돈을 마련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무상보육 확대 조치의 취지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인식이 뿌리 내리지 않고는 저출산 등 다양한 난제를 풀기 어려운 국면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취약한 지방재정 상황으로는 지방분담금을 도저히 마련할 수 없고, 추경예산 편성도 어려우니 전액 국비로 추진하라는 것이다.
총리실이 복지사업 확대에 따른 지자체 재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 논의에 들어가 언제 대책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당장 국비 지원 대책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불 보듯 뻔히 예상되는 '보육대란'을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관련법을 통과시킨 국회도 책임져야 한다. 시ㆍ도지사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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