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아니, 아니, 아니되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광기]“아니, 아니, 아니되오!”

[논단]박광기 대전대 교수ㆍ정치학

  • 승인 2012-03-29 14:15
  • 신문게재 2012-03-30 20면
  • 박광기 대전대 교수ㆍ정치학박광기 대전대 교수ㆍ정치학
▲ 박광기 대전대 교수ㆍ정치학
▲ 박광기 대전대 교수ㆍ정치학
흔히 유행어는 세태를 반영한다고 한다. 유행어 만큼 세상을 풍자하고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의 유행어를 보면 대부분이 부정적인 것이 많다. 모 방송국 개그프로그램에서 '안돼!'를 외칠 때 관객과 시청자는 열광한다. 그리고 '아니, 아니, 아니되오!'라는 말도 한창 유행을 타고 있다.

그런데 '안돼!'와 '아니, 아니, 아니되오!'는 단순히 개그의 내용을 강조하는 추임새의 의미로만 우리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두 유행어를 곰곰 살펴보면, '안돼!'는 말의 첫머리에서 '안됨'을 단정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아니, 아니, 아니되오!'는 말미에서 마무리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두 유행어가 분명히 '안됨'을 의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른 의미와 뜻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안이나 평가에 대해서 처음부터 다짜고짜 '안돼!'라고 던지고 시작하는 것은 아마도 그 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적어도 그런 사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평가가 일치할 수 없음을 의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부정적이거나 반대라는 표현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논의나 논리를 전개하거나 설명하고 나서 '아니, 아니, 아니되오!'를 외치는 것은 어쩌면 다소 소극적인 반대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다소 소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아니'라는 의미를 3번이나 반복하는 것이 말의 흐름을 타는 유행어라고 하더라도 또한 '안됨'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비록 '안돼!'라는 것이나 '아니, 아니, 아니되오!'가 단순히 웃자고 하는 유행어라고 하더라도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불과 보름여 앞둔 상황에서 마치 우리 정치현실이나 총선의 과정을 그대로 풍자하는 것 같아서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각 정당의 행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안돼! 안돼!'를 외쳤을 것이고, 또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발표되는 각 당의 정책을 보면서 '아니, 아니, 아니되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정당의 쇄신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공천과정을 통해 실종되었고, 오히려 계파간의 갈등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양상으로 나타났고, 경선과정의 불법행위나 공천결과에 대한 반대나 반발은 국민들이 '안돼!'를 외치며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정당의 정책이나 지역공약은 이번 선거에서 이슈가 되지도 못하고 또 차별성도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후보자의 인물이나 12월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에 편승해서 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의 지역선거구의 상황이다. 한마디로 이와 같은 총선의 상황은 '아니, 아니, 아니되오!'가 정말 묘하게도 딱 맞는 표현이다.

대전ㆍ충청지역의 선거는 다른 지역에 비해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새누리당과 통합민주당의 양당이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나, 그 구도 역시 정당간의 정책이나 공약의 대결이 아니라 거대 양당의 대결이라는 전형적인 형태로 새로운 것이 없다. 이런 상황 속에 대전ㆍ충청지역은 18대 총선에서 지역의 정당으로 나타난 자유선진당과의 3파전 속에 18대와는 달리 우세한 정당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야말로 혼전의 모습 그대로다.

이러한 혼전의 양상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많은 언론사나 여론조사기관의 각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정도에 대한 조사결과 역시 제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가 직접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될지는 사실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발표되는 조사결과는 적어도 부동층의 유권자가 선택을 할 수 있는 판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각각 다른 여론조사결과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정말 '안돼!'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는 '안돼! 안돼!'가 기준이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안돼!'보다는 '그래 맞아! 바로 그것이야!'가 기준이 되어야 하고, '아니, 아니, 아니되오!'보다는 '그래, 그래, 그리하오!'가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를 앞두고 '안돼!'와 '아니, 아니, 아니되오!'가 먼저 생각나는 것은 분명 무엇인가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된 것일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2.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5.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