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용 대전대 교수, 교수학습개발센터장 |
그때 한 학생이 큰 소리로 그들을 불러세웠다. “야! 너희 교수님이 나가란다고 진짜로 나가? 당장 들어와. 그리고 교수님께 사과드려!” 그러자 두 학생은 얼른 돌아서더니 사과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덕분에 상황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수업을 마친 후 그 학생을 불러 차를 한 잔 사주면서 정체를 물어봤다. 얼마 전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학생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복학생들에게 관심을 두게 됐다. 학기 초가 되면 복학생들을 따로 불러 격려해주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왔다. 아울러 라면 파티를 열어주며 좋은 수업 분위기 조성에 협조해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내 수업에서는 복학생들이 중간 리더 역할을 잘해준다.
최근 필자가 일하는 대학에서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흥미로운 결과가 하나 나왔다. 재학 중 군대를 다녀온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수업 태도와 학습 성과에 대한 설문결과 수업 태도는 91.7%대 4.2%로, 수업 성과는 83.3%대 6.9%로 군필자가 월등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 태도나 성과만이 아니다. 군필자는 미필자에 대해 몇 가지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우선 자립심이나 문제해결능력이 군필자가 탁월하다. 2년간 부모를 떠나 혼자 생활을 해봤기 때문이다. 인간관계, 소통능력, 리더십도 뛰어나다. 예의도 바르다. 다양한 사람들과 단체생활을 해봤기 때문이다.
체력도 좋다. 규칙적인 생활과 훈련을 해왔기 때문이다. 시간과 돈의 소중함도 잘 아는 것 같다. 엄격한 시간 관리와 돈 관리가 몸에 뱄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입대할 때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부모를 향해 대충 인사를 하고 돌아섰지만, 군 생활 중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부모와 가족임을 실감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가족, 가정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국가관도 잘 훈련돼 있다.
물론 모든 복학생이 그런 건 아니다. 매 학기 많은 군필자가 복학을 하지만, 한 학기가 다 지나가도록 학교생활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없지 않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머리에 녹이 슬었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여자들이 모이면 주로 아이 낳아서 기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인생에 그처럼 크고 특별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남자들은 주로 군대생활을 얘기한다.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일을 겪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는 군대에 다녀와야 사람이 되고, 여자는 아이를 낳아서 길러봐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군대에 가지 않으려 꾀를 부리는 청춘들이 있다. 2년간 세월과 젊음이 '썩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군 생활 2년은 '썩는 기간'이 아니라 오히려 '익는 기간'이 될 수도 있다. 남자들에게 군대생활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것, 부모가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가르쳐주고 경험하게 해주는 인생 학교다.
그래서 필자는 군대를 '군대(軍大)'라 부른다. 그러니 군대도 '또 하나의 명문대학'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더 잘 개발하고 운영해야 할 것이다. 본업은 제쳐놓고 대학입시 준비에만 올인하는 고등학교, 취업 준비에만 올인하는 대학도 이 땅의 청춘들에게 진짜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 그것을 가르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