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보 부족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제공 파기 등 보호기준과 원칙을 강화한 개인정보보호법이 30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그간 공공기관과 정보통신사업자 신용정보제공업자 등 일부 사업자에 적용되던 개인정보 보호 의무가 기업, 서비스업, 1인 사업자, 의료기관 등 모든 개인정보처리자로 확대된다. 어지간한 곳은 모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 처벌 조항은 엄격한데 비해 계도가 충분치 않은 것 같아 걱정이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약국 마트 등 자영업체 등은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 건지 막연해 하고 있다. CCTV에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안내판도 준비가 소홀하다. 심지어는 자신들이 정보보호법에 해당하는지조차 모르는 곳도 상당수다. 단속이 시작되면 이들 모두 부지불식간에 범법자로 전락할 판이다.

정부는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 제3자에게 무단 제공하는 등의 악의적인 행위를 우선 단속해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개인정보보호법과 이 법의 시행 취지를 알리는 홍보에 더 치중해야 할 것이다. 안전성 확보에 대해선 너무 포괄적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구체적이고 명확한 안내가 있어야겠다. 영세사업자는 기술지원센터의 도움을 받도록 방법도 알려줘야 한다. 사회전반의 개인정보 관리수준을 높이는 것이 법의 취지라면 더욱 그렇다.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비해 개인정보 보호는 매우 소홀했다. 공공기관과 개인 기업을 막론하고 주민등록번호, 주소, 이메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관행화됐고 이런 정보들이 관리소홀로 무더기로 유출돼 수많은 피해를 가져왔다. 총선을 앞둔 경선 과정에서도 도대체 자신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 하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시중에 함부로 돌아다닌다면 께름칙하지 않을 수 없다. 상업적 용도나 범죄에 이용되지 말란 법도 없다. 개인정보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자리를 잡으려면 해당 사업자가 반드시 취해야 할 세부 내용을 알게 하는 게 우선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일선 현장에서 적잖은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단속을 행정안전부가 직접 하기로 한 것도 지역에 실질적인 효과가 미칠지 의문이 나오고 있다. 시행 초기, 혼선과 혼란을 최대한 줄여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