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금산문화원장ㆍ연세소아과병원장 |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초등학교 6학년은 나이 먹어 보이지만 중학교 1학년은 애 같고, 고등학교 3학년은 징그러워 보이는데 대학 1학년은 '싱싱하다'는 말을 듣듯이 한 단계 높은 조직으로 가면 '신인'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 이유는 야인 시절에는 소신을 말할 수 있고 스스로 열정이 넘치지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나면 마음대로 소신있는 발언과 행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제약이 생기기도 할 것 같다. 그렇지만 한 번 국회의원으로서의 대접을 받고 나면 다음에도 또 이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위 아래로 눈치를 봐야 할 일들이 많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한 선배에게서 '관직 중 가장 좋은 자리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농담 섞인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로 바라보았더니 그 선배는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내가 공무원으로 고위직까지 올라간 뒤 국영기업체 사장, 장관, 국회의원에 심지어 부총리까지 하신 어른을 알고 있는데, '온갖 요직은 다 경험해 본 경력 중에 어떤 자리가 가장 좋던가요?'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어른은 '국회의원이 최고'라고 하시더라. 그 이유는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는 직업이고 선거운동 기간 몇 달만 고생하면 임기 4년이 보장된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출사표를 던지는가 보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은 입신양명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모든 일은 법에서 규정하는 대로 집행되어야 하고 그 법이 불합리하다면 그 법을 바꾸어서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법을 바꾸는 일은 오직 국회의원만이 할 수 있다. 국회의원은 자기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의 행복을 찾기 위해 만든 존재인 것이다.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온갖 얘기들이 들려온다. 평범한 시민들의 눈으로는 후보자들이 열심히 외치는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출세를 위한 것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같은 얘기를 수십 년 째 되풀이해 듣다보니 식상해서 투표권 행사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18대 총선의 투표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무서워하는 마음을 잊게 만든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고 어떤 부정과 야합을 해도 국민들은 곧 잊어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을 당연히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투표를 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 그 중 조금 나은 사람들을 뽑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점점 더 자질이 훌륭하고 정직하고 공명정대한 후보자들이 나올 것이다. 당연히 당선자들도 더 나은 자질을 갖춘 사람들일 것이고, 자신이 속한 정당의 우두머리보다 투표하고 뽑아준 지역 주민들이 훨씬 더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좋은 일이든 부정한 일이든 간에 자신들이 한 행위를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지지하는 사람이 없어도 우리는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선거에 당선되는 사람들이 선거철 몇 달만 고생하면 임기 4년이 보장되는 '가장 좋은 직업이 국회의원'이라는 버릇없는 소리를 다시는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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