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의 묵향 이야기]노마지지(老馬之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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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의 묵향 이야기]노마지지(老馬之智)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저마다 장기와 장점을 지니고 있어

  • 승인 2012-03-28 14:12
  • 신문게재 2012-03-29 11면
  • 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박일규 대전둔산초 교장
▲ 박일규 대전 둔산초 교장·국전 서예 초대작가
▲ 박일규 대전 둔산초 교장·국전 서예 초대작가
춘추시대 오패(五覇)의 한 사람이었던 제(齊)나라 환공(桓公) 때의 일이다. 어느 해 봄, 환공은 명재상 관중(管仲)과 대부(大夫) 습붕을 대동하고 고죽국(孤竹國:하북성(河北城)내)을 정벌했다. 그런데 전쟁이 의외로 길어지는 바람에 그해 겨울에야 끝이 났다. 그래서 혹한 속에 지름길을 찾아 귀국하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전군(全軍)이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져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말했다. “이런 때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馬之智可用也:노마지지가용야).” 즉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전군이 그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안 되어 큰 길이 나타났다(乃放馬而隨之 遂得道行:내방노마이수지 수득도행).

또 한번은 산길을 행군하다가 식수가 떨어져 전군이 갈증에 시달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습붕이 말하였다. “개미란 원래 여름엔 산 북쪽에 집을 짓지만 겨울엔 산 남쪽 양지 바른 곳에 집을 짓고 산다. 흙이 한 치[寸]쯤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그 땅속 일곱 자쯤 되는 곳에 물이 있는 법이다.” 군사들이 산을 뒤져 개미집을 찾은 다음 그곳을 파 내려가자 과연 샘물이 솟아났다.

▲ 노마지지
▲ 노마지지
이 이야기에 이어 한비는 그의 저서 한비자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관중의 총명과 습붕의 지혜로도 모르는 것은 '늙은 말과 개미'를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 그러나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이 어리석음에도 성현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

노마지지란 여기서 나온 말인데, 노마식도(馬識道)ㆍ노마지도(馬知道)라고도 하며, 요즈음에도 '경험을 쌓은 사람이 갖춘 지혜'란 뜻으로 사용된다.

3월은 입학을 해 처음 대하는 어린이들이 부족함이 많을 것이다. 어린이들도 저마다 장기와 장점을 지닌 체 후일 이 나라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가져옴을 알고, 늙은 말의 지혜 즉 노마지지(馬之智)처럼 경험에 의해서 축적된 지혜가 난관 극복에 도움이 됨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신세대의 반짝반짝하는 아이디어가 창의정신이지만,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처럼 연세 높은 분들의 경험지식이 미래를 살아나가는 디딤돌이 됨을 또한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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