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면 덩달아 점집과 여론조사기관이 바빠진다. 객관성에 근거한 여론조사는 통계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중도일보가 (주)충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임의걸기(RDD) 방식을 도입한 이번 여론조사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지지 후보에 대한 응답이다. '대전ㆍ충청권 지역정당이 필요한가?'에 대한 지역 유권자의 반응도 주목거리다. 오늘(28일) 본보에 보도한 대로 천안 갑 46.1%, 논산ㆍ계룡ㆍ금산 유권자의 53.2%가 지역정당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7일 보도한 천안 을(50.2%), 홍성ㆍ예산(57.3%)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응답자의 과반인 지역 유권자가 생각하는 '지역정당'의 실체는 무엇일까? 어느 정당이든 아전인수의 해석은 오판과 괴리를 낳는다. 지역당을 자처하는 자유선진당의 경우, 정당 지지율은 20.9%(대전 중구), 11.9%(대전 서구 갑), 10.2%(천안 갑), 13.1%(천안 을), 21.0%(논산ㆍ계룡ㆍ금산) 등에 그쳤다. 지역정당 필요성 인식과 실제 투표 성향이 다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지역 유권자와 효용을 최대화할 상품을 가능한 한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의 어떤 유사점을 발견한다.
그러면 유권자가 가리키는 지역정당은 무슨 모델일까? 제주도에서 검토된 제주창조당이나 2006년 지방선거 무렵 생긴 풀뿌리 옥천당, 얼마 전 영남 기반 군소정당이 향수를 노려 당명을 고친 '한나라당'과 같은 정당인가. 그렇지는 않다. 지역정당은 지역정서만 부추기는 당, 지역 정체감을 볼모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당이 아님은 지지율로 본 선거판세로도 분석된다.
같은 충청권인 대전 유권자들도 대동소이했다. 지역정당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서구 갑 49.6%, 중구 48.3%로 과반에 미친다(26일 보도). 지역적 정체감의 선거 동원, 정치과정에서 지역 연고의식 출현이 비정상은 아니다. 흔한 불만은 지역에서 뽑아줘봐야 중앙에서 말발이 약하다는 데 있다.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에서 중앙 정치권 소외의 구조화에 대한 반작용이다.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지역패권의 핵심에서 차별적으로 대전ㆍ충청권이 배제된 데 대한 조건반사에 유력정당을 지역정당화하려는 정서까지 내포한다는 점이다. 지역적 연고의식을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아니면 자유선진당, 혹은 다른 당에서 대신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편중된 국가자원, 인프라, 커리어 코스 등의 독점, 정치적 불균등과 선거정치의 한계, 그리고 좌절감이 여기에는 깃들어 있다.
지역민이 정당정치의 파행을 바라서는 결코 아니다. 그런 캠페인이 먹힐 때가 아니다. 본보 여론조사 판세에는 대전ㆍ충청을 넘는 정당이 대전ㆍ충청의 지지를 얻는다는 아이러니와 딜레마가 투영돼 있다. 그러니까 '지역정당'은 '지역 이익을 (중앙에서) 잘 대변하고 지역발전에 효율적으로 도움을 줄 정당'으로 잠정 정의된다. 지역민을 대신해 '선수'로 뛰는 대의민주주의에 지역주의 메커니즘이 숨어 있긴 하지만 지역정당을 뛰어넘는 정당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
둘 중 한 명이 지역정당을 원하는 심리적 기저에서 충청권이 한국정치의 중심이고 싶다는 담론적, 문화적 의미를 찾는다. 표심의 선택은 인지도, 선호도, 호감도 외에 집권 가능한 정당, 집권을 포기한 정당인지 여부에도 쏠린다. 후보자나 정당은 어쨌든 여론조사의 최종결과와 예측결과의 오차를 줄이려 혹은 늘리려 혈안일 것이다. 좋은 뜻만은 아니지만 '정의가 지지율 밑에 깔린다.' 유권자의 태도를 존중하면서 남은 여론조사를 주시했으면 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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