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특허청 차장 |
인터넷 등을 통한 상품거래방법의 다양화 및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은, 기업체 등으로 하여금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도록 노력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거래현실에서 '소리 또는 냄새 등'이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특히, 현대사회는 소비자들이 브랜드 이미지에 의존해 상품을 구매하는 브랜드 충성도(brand loyalty)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어, 전통적인 문자ㆍ도형 상표뿐만 아니라 '소리 또는 냄새 등' 새로운 상표의 의미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소리 또는 냄새 등'이 상표로 등록되면, 상표권자는 등록된 날부터 10년 동안 해당 상품에 대해 등록상표를 독점ㆍ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그 상표권은 존속기간이 만료되어도 존속기간갱신등록신청을 통해 10년씩 갱신할 수 있다.
상표권은 갱신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상표권자에게는 큰 자산이 될 수 있으나, 상표권이 무분별하게 설정되는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누군가가 2기통의 엔진소리를 상표로 등록받았다면 오토바이를 제조ㆍ판매하는 대부분의 업자들이 상표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허청은 '소리 또는 냄새 등'의 상표가 제대로 심사ㆍ등록될 수 있도록 '상표심사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였다. '소리 또는 냄새 등'의 상표는 '식별력 요건', '비기능성 요건' 등을 충족해야만 상표로 등록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예컨대, 오토바이에 있어 엔진소리, 향수에 있어 향기와 같이 '소리 또는 냄새 등'이 상품의 특성이나 기능을 나타내면 상표로서 등록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소리 또는 냄새 등'의 상표는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일반소비자들에게 상품의 출처표시로서 널리 알려진 경우에만 상표로서 등록될 수 있게 된다. 특히, 소리상표는 음악 등을 표현하는 저작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냄새상표의 경우에도 대부분 자연에서 쉽게 맡을 수 있는 향기 또는 냄새 등의 조합일 경우가 많으므로, 오랜 사용으로 인해 일반소비자들로부터 식별력을 취득한 경우에만 보호하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등 외국에 '소리 또는 냄새 등'의 상표로 등록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곧바로 등록되는 것이 아니다. '소리 또는 냄새 등'이 우리나라의 일반소비자들에게 상표로서 인식이 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해 등록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일반소비자들이 그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으면 특정 상품을 만든 회사를 쉽게 떠올릴 수 있어야만 등록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리 또는 냄새 등'의 상표는 직접 사용하는 자만이 등록받을 수 있고, 제3자가 유명한 '소리 또는 냄새 등'을 선점할 수 없는 효과도 발생한다.
지난 3월 15일은 매우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최초의 소리상표가 '(주)대상'에 의해 출원되었고, 16일에는 '(주)엘지'가 소리상표를 21건이나 출원하였다. 이러한 출원추세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일반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소리 또는 냄새 등'의 상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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