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야구열기, 삼류 야구장.'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제2 홈구장인 청주구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청주구장의 낙후된 시설이 야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대전 한밭구장 리모델링 관계로 올 시즌 초 한화 홈경기가 열리는 청주구장에는 연일 야구팬으로 들썩이고 있다.
18일 시범경기 넥센전에는 7500석이 가득 찼고 25일 삼성전에도 전체 90%에 가까운 6692명이 찾았다. 하지만, 낙후된 구장 시설은 오랜만에 청주에 부는 야구 열기를 퇴색시키고 있다.
관중이 몰리는 구장 3층에는 본부석 근처에 남녀 화장실이 각각 1곳씩이 전부다. 외야에 있는 팬들은 1층 또는 2층으로 내려가거나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야구관람 중 '감초'인 먹는 재미도 반감되고 있다. 청주구장에는 자체 매점이 없으며, 올 시즌 경기를 치르기 위해 한화 측에서 계약한 간이매점이 단 1곳에 불과하다.
팬들의 이용에 고충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
더욱이 관중석 곳곳에서 음료, 과자 등을 싸든 '봇짐장수'까지 등장하는 통에 야구 관람에 방해되기 일쑤다.
구장 밖에서는 심각한 주차전쟁을 치러야 한다.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종합운동장 주차면수는 야구장 110면, 축구장 500면, 실내체육관 160면 등에 불과하다. 부족한 주차공간으로 25일에는 종합운동장 안은 물론 인근 도로까지 들어찬 차량으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청주 야구팬 김 모(34)씨는 “오랜만에 프로야구 경기가 집중되면서 야구팬들이 들떠 있다”며 “하지만, 야구장은 마치 20~30년 전의 시설을 보는 것 같다”며 실소했다.
열악한 구장 시설은 선수들에게까지 영향을 준다.
청주기상대에 따르면 24일 강수량은 1.5㎜에 불과했지만, 경기가 취소됐다. 전날 내린 비(24㎜)가 배수가 안 돼 그라운드 곳곳이 진흙탕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열악한 배수시설은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화 프런트는 “정규시즌 개막까지 시설보수 예정이 없어 이대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예정된 경기 일정이 끝나면 인조잔디 교체, 시설 보수 등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하는 데 공사가 끝나면 편리한 시설이 갖춰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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