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선 온라인뉴스팀 차장 |
꽃다운 처녀가 화장실에서 칫솔질이라니 그다지 예쁜 모습은 아니다. 게다가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오랜기간 이를 드러내는 모습이라니. 쯧쯧….
앞니는 물론이요 윗니와 아랫니 사이사이까지 꼼꼼하게도 닦는다. '이' 한 채 위아래로 닦을땐 치약의 하얀 거품이 다 보이고, 양쪽 깊이 칫솔질 할때는 고개를 아예 그 방향으로 기울인다.
점심을 먹고 이를 닦으려다 문득 그 여자를 기억했다. 음 이건 뭐지? 나도 모르게 그 행동을 따라해 본다. '이' 한채 하얀 거품이 보일 정도로 닦다가 손바닥 가득 물을 담는다. 고개를 많이 숙이지 않고 가글링을 하는 모양새가 내 몸에도 그리 낯설지 않은 행동이다.
생면부지 아가씨의 칫솔질이 왜 기억에 남은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습관을 따라 하다보면 그 사람을 기억하게 되고, 그 습관을 물려받게 되는 것은 확실하다.
사람은 누구나 기억을 안고 산다. 그것이 행복한 기억이든, 가슴 아프게 쓰라린 기억이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기억이든지 말이다. 그리고 사람은 기억을 지우며 산다. 모든 기억을 소유할 순 없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기억은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북한의 폭침으로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2년이 지났다. 대한민국을 비극에 잠기게 했던 그날의 슬픔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비통해 하던 사람도, 격분하던 사람도, 각종 루머와 괴담들에 하얗게 밤을 새웠던 사람들도 “아…, 천안함… 벌써 그렇게 됐나”라고 말한다. 사람의 망각이 참으로 무섭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것은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격언을 말할 당시의 그의 상황이나 생각을 모두 다 알 수는 없지만 일부는 틀렸다.
망각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는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야만 다시는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잊을 수밖에 없다 해도 기억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가슴에 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 '46인의 천안함 용사들의 거룩한 희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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