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백화점 매출을 분석한 결과 '파레토 법칙'과 '샤워 효과', '립스틱 효과' 등 백화점 특유의 경영법칙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레토는 이탈리아에 만연하던 분배의 불평등을 지적한 것이었지만, 공교롭게도 그의 '파레토 법칙'은 기업의 마케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대 8의 법칙으로 불리는 파레토 법칙은 실생활 속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다. 수신되는 이메일의 20%만 필요하고 나머지 80%는 스팸메일이다. 통화한 사람 중 20%와의 통화시간이 총 통화시간의 80%를 차지하고 즐겨 입는 옷의 80%는 옷장에 걸린 옷의 20%에 불과하다.
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 파레토 법칙을 유통업체는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유통업체들은 20%의 고객을 위해 80%의 자원을 투자하며 파레토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등 파레토 법칙은 유통업체, 특히 백화점 마케팅의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통업체는 돈 많은 20% 고객을 위해 고급 매장을 꾸몄고, 잘 팔리는 물건을 집중적으로 진열했다.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은 2011년 백화점 매출고객과 전체 매출액 분석 결과, 상위 20%인 VIP 고객의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60%를 넘는 등 파레토 법칙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백화점 업계에도 통용되고 있지만, 지역백화점의 특성상 상위 20%의 고객이 백화점 전체매출의 60%를 차지한다는 것만으로도 파레토 법칙은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의 상위 1% SVIP 고객의 구매금액은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하고 있어 상위 그룹의 고객일수록 매출비중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레토 법칙 뿐만 아니라 백화점의 '샤워효과'를 둘러싼 기록도 눈에 띈다. 샤워 효과는 백화점 가장 높은 곳에 문화센터나 갤러리, 공연장, 스포츠센터를 만들어 회원을 모집, 이들이 백화점을 내려가며 쇼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갤러리아타임월드점에서 가장 많은 고객이 이용하고 있는 스포츠센터는 수영, 헬스, 스쿼시, 골프, 필라테스 등 다양한 종목에 월 2000명 이상의 회원들이 매일 백화점을 찾고 있다. 10층 문화센터 전체 회원 수는 8000명으로 일 1000명 이상이 매일 백화점을 찾고 있어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외에도 불황기 쇼핑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례도 눈에 띈다. 불황기에 다른 화장품을 안 쓰고 빨간 립스틱만으로 포인트를 주기 때문에 립스틱 매출이 증가한다는 '립스틱 효과'도 유통업체들이 중요시하고 있는 마케팅.
립스틱 효과는 인터넷 서점 아마존과 더불어 등장한 '역(逆)파레토법칙'으로 롱테일 법칙과 유사하다.
파레토 법칙과는 반대로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롱테일 법칙이 인터넷서점인 아마존을 통해 검증되면서 그동안 파레토 법칙에 따라 상위 20% 고객에 집중했던 유통업체들도 80%의 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화점들이 20% 고객뿐만 아니라 백화점을 찾는 모든 고객에게 '고객만족'을 기치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내 각종 마케팅 법칙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만족이다. 고객 만족을 통해 백화점을 처음 찾은 고객이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떤 법칙보다 상위의 법칙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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