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하 교수 |
욕망하는 주인공들의 좌절과 상처를 색다른 화법으로 그려낸 단편소설집으로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나타난 아버지의 여자와 배다른 아들들로 인해 철저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나는 그라스스네이크'를 비롯해 '나는 지금 버스를 기다린다', '나비에게 전화를 걸다', '황사 바람', '달팽이의 노래' 등 10개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작품에서 삶은 불행한 가족사를 견디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아버지는 무능하거나 부재하고 아버지를 대신하는 역할(오빠) 또한 병약하거나 미미하다.
집을 지켜내는 일은 오로지 여성 화자(話者)들에게 주어지고, 그녀들은 언제나 철저하게 홀로 남겨진다. 여성에게 홀로 남겨진다는 건 불안과 우울, 공포를 수반하기도 한다.
이러한 내면적 정황은 뱀, 고양이, 나비, 염소, 달팽이, 코끼리, 개 등의 동물에 투영돼 드러나면서 현실적 맥락으로 재탄생된다.
이 교수는 “달콤 쌉쌀했던 20대의 초상을 이 책에 담았다”며 “앓듯이 쓴 소설들이라 더욱 부끄럽고 20대에 쓴 소설들을 추리면서 나를 닦고, 조이고, 가르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명지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 석ㆍ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7년 아동문예 신인상(동시), 2000년 아동문학평론 신인상(동화), 2002년 한국소설 신인상, 2008년 세계동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장편동화 '콧구멍 속의 비밀', '머리에서 자라는 풀잎', '내 짝꿍 하마공주', '쓰레기 형제', '빼앗긴 일기', '바람 부는 날에도 별은 떠 있다', '사랑해요 아빠'와 동화집 '아이야, 별이 되어라', 이론서 '소설 창작의 갈등구조 연구', '이준연 아동문학 50년' 등이 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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