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하기도 전에 대전 지역의 한 공원에서 잘 자란 나무가 싹둑 베어져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 대전 서구가 갈마공원에 게이트볼장 관리를 이유로 잘자란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베어내 주민 원성을 사고 있는 현장 모습. 밑둥이 싹둑 잘린 나무들이 흉칙하게 널려있다. |
도심 속 자연숲으로 많은 주민이 찾는 서구 갈마공원은 최근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가 베어져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육군 제2연대 창설기념비 옆의 게이트볼장을 서구청이 인조잔디구장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주변의 15년생 메타세쿼이아 4그루와 경사면에 위치한 나무 7~8그루를 각각 베어냈다. 갈마공원은 소나무 일색이지만 나무를 베어낸 곳은 메타세쿼이아 군락을 이룬 유일한 장소로 주민들이 즐겨 걷는 산책코스다.
뿐만 아니라 잘라낸 메타세쿼이아는 게이트볼장과 1m 이상 떨어져 있어 굳이 베어낼 이유가 없고, 남은 그루터기를 숨기듯 흙으로 덮어 놓아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갈마공원에서 만난 안성자(71ㆍ여ㆍ서구 월평동) 씨는 “공원을 걸으며 공사 과정을 지켜봤는데 기존 게이트볼장을 인조잔디로 포장하는데 애꿎은 주변 나무를 베어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공원에 나무가 우선이지 게이트볼장 때문에 나무를 베어내는 건 앞뒤가 바뀐 행정”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서구 관계자는 “인조잔디의 게이트볼장에 낙엽이 떨어지면 경기를 하거나 시설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주변 일부 나무를 베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서구는 최근 구봉산 입구인 가수원동 빼올약수터에 리기다소나무 20여 그루를 수목갱신을 내세워 베어냈다가 일부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공원에 잘 자란 나무와 꽃을 베어내고 그곳에 다시 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이 주민들에게는 행정낭비로 비친 것이다.
서구는 구봉산 입구 빼올약수터에 단풍나무를 심어 색다른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목적이었지만, 주민들은 이러한 내용을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 관계자는 “빼올약수터 주변 나무를 베어낸 것은 식목행사를 앞두고 수목갱신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해당 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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