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은남 경제부 기업유통팀 부장 |
이미 여러 심리학자나 경제학자는 '아니올시다'라고 답하고 있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이야기 한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아니라 비합리적이고 편향된 사고에 의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한마디로 사람의 사고와 행동은 종잡을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평생을 착각 속에 살면서도 착각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착각으로 왜곡된 신념은 단순한 잘못을 넘어서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이 무의식과 감정을 바탕으로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20만원 가격표가 붙은 백화점에 진열된 옷을 10분 거리에 있는 매장에서 10만원에 판매한다면 대다수의 사람은 10분 거리의 매장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200만원 하는 PDP를 10분 거리의 매장에서 190만원에 판매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0만원을 아끼기 위해 10분 거리의 매장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옷이나 PDP 모두 10만원의 차이이지만 사람들의 소비행동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가격이나 용량보다는 '1+1'이나 '한정판매' 품목일 수 록 쇼핑카트의 크기가 크면 클 수록 소비자들의 구매가 더 증가하는 등 합리적일 것 같은 소비자들의 구매는 합리적이지 않다.
비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은 선거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성적인 판단 메커니즘이 작동할 것 같은 선거에서도 사람들의 비합리적이고 편향된 사고가 지배한다.
2000년과 2004년 미국 대선을 분석, 감성의 정치학(The Political Brain)을 쓴 미국 애머리대의 드루 웨스턴(Drew Westen) 교수나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컬처코드'에서 유권자들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공약을 설득하는 후보보다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후보를 선택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자의 결함은 쉽게 찾았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흠은 찾아내지 못한 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혔다. 무의식에 각인된 지도자와 가까운 후보를 선택하는, 자신의 보고 싶은 것만 보고픈 것이 사람의 심리다.
이때 뇌는 이성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이 아닌 감정을 전달하는 파충류의 뇌(후뇌)가 작동한다고 한다.
눈물 흘리는 노무현, 국밥 먹는 MB, 욕쟁이 할머니 광고 등은 선거에서 감정에 호소해야 이유를 대변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정책을 내세우는 것보다 '국밥 먹는 게 무슨 효과가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두 성공했다.
인간의 마음과 두뇌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냉철한 정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유권자들이 투표할 후보를 정한 경우, 후보자에 대한 이력과 공약 등을 보는 것이 아니라 '0.3초' 내에 그 사람의 얼굴 인상에서 풍기는 느낌을 평가해 누구를 찍을지를 선택한다.
그 사람 얼굴을 본지 0.3초 이내에 이미 선호도가 결정이 나고, 그 이후의 정보 등은 별로 소용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남들의 어처구니없는 판단에 대해서 매우 의아해 하면서도 결국 자신도 똑같은 실수에 저지르는 합리적이지 못한 사람들은 선거가 끝난 뒤 '내가 를 왜 찍었는지 모르겠다'는 한탄 섞인 말을 자주 내뱉는다.
이번 4ㆍ11 총선에서도 유권자들은 웨스턴 교수의 주장처럼 감정으로 후보를 선택하거나, 라파이유의 주장처럼 무의식 속에 각인된 대표자와 맞는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논리적이지도 않으면서도 착각을 잘하는 사람들이 4ㆍ11 총선에서 '을 왜 찍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선택을 할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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