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언터처블]우정을 나누고 싶다면, 이들처럼

상위 1% 부자와 하위 1% 빈민가 청년의 기막힌 동거 이야기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출연: 프랑수아 클루제, 오마 사이.

줄거리:상위 1%의 부자지만 전신마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필립. 자신을 도와줄 도우미가 필요한 그의 앞에 어느 날 이민자에 무일푼인 드리스가 나타난다. 필립은 장애인인 자신에게 거침없이 농담을 던지는 그에게 흥미를 느낀다.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상위 1%의 부자와 하위 1% 빈민가 청년의 만남이든, 극과 극의 인물이 만나 처지를 극복하고 서로 우정을 키워가는 스토리는 익숙한 소재다. 게다가 실화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는 얘기. 빤한 스토리, '언터처블: 1%의 우정'은 그러나 막상 영화가 시작되면 놀랍게도 눈을 뗄 수가 없다. 그 담백함에, 톡톡 튀는 재치에 빠져들고 만다.

사건도 굴곡도 악역도 없는 이 영화가 관객의 눈과 귀를 붙잡는 힘은 유머에서 나온다.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끈적거리는 웃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기분을 한껏 즐겁게 만드는 유쾌 통쾌 유머다. 유머의 소재가 설사 상대방일지라도 상대를 이해하려는 배려가 깔려 있다면, 그 유머는 서로의 차이를 허물고 세상을 1도쯤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전신이 마비된 필립과 도우미 드리스는 서로 연민도, 동정도, 동경도 아닌 사람을 그저 사람으로 바라보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상대를 행복하게 만드는 기분 좋은 농담에 드리스의 시원시원한 웃음소리, 그에 화답하는 필립의 쑥스러운 미소는 보는 이들마저 행복하게 만든다.

최고급 자동차가 6대인 상류층 1% 필립이 부양할 동생만 6명인 드루즈를 선택한 것도 장애인인 자신에게 거침없이 농담을 던지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사고가 맘에 들어서다. 둘이 함께 하게 되는 것도 유머다. 2주간 자신의 손발이 되어줄 것을 제안하고는, 필립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내기해보자고 도발한다. 도발에 넘어간 드리즈는 엉겁결에 일을 시작한다. 발 크림으로 머리감기기, 한눈팔기, 딴 짓하기 등 실수투성이인 드리스와 그의 간호를 받는 필립. 두 사람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동거생활을 통해 우정을 쌓아간다.

두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와 에릭 토레다노는 절제의 미덕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담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감동을 동력으로 삼는 이 영화에서 억지스럽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장면은 가차 없이 잘라내고, 좀 더 친절하게 가야 할 장면에서는 호흡을 늦추는 연출이 사려 깊다. 억지 휴머니즘을 꾸며내기보다 대신 그 자리에 삶의 긍정을 채워놓는다. 그래서 더 힘이 실리고 더 감동적이다.

실제 주인공을 만나 그의 내면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필립 역의 프랑수아 클루제와 외모뿐만 아니라 말투와 패션 스타일까지 모두 바꾼 드루즈 역의 오마 사이의 연기는 최고다. 소통과 상생, 이해의 정신이 메말라가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웃음과 여유가 무엇인지 이 영화는 알려준다. 귀를 즐겁게 해주는 클래식과 팝의 명곡들은 보너스다.

안순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