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범죄유형은 도저히 아이들이 저지르는 짓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인범죄를 빼닮았다. 노약자나 장애인을 골라 금품을 빼앗는 것은 물론 성폭행 절도 방화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불리한 진술을 했다며 당사자를 찾아가 성폭행한 악랄함은 성인범죄보다 한술 더 뜬다. 폭력성 역시 도를 더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면서 일말의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도 문제다. 범행을 부인하다 CCTV 화면 등 증거를 제시하며 추궁하자 그제야 범행을 자백했다는 것이 대전경찰의 설명이다.
청소년범죄에 대해 진단만 무성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는 게 우리 사회다. 충격적 사건이 발생하면 온갖 대책을 쏟아내는 등 소란을 떨다가 얼마 안 가 까맣게 잊기를 반복하다보니 일종의 사회적 '내성'까지 생긴 듯하다. 그 사이 10대들의 범죄는 손쓸 수 없이 늘어나고 대담해지고 있다. “그 나이 땐 으레 그러려니”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붕괴되는 가정에서부터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영상물과 인터넷 게임 등 자라나는 아이들의 심성을 피폐화시킬 요건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이혼 등 가족해체 현상이 심화되면서 방치되는 아이들이 늘고 있고, 학교에선 성적순 줄 세우기 구조 속에 경쟁에 밀린 아이들이 소외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보다 변칙이 만연하고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청소년범죄는 이처럼 정의가 실종된 사회의 단면이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건강한 가정 회복이 급하다. 가족간의 따뜻한 관계와 진솔한 대화가 청소년범죄는 물론 학교폭력을 막는 지름길이다. 학교와 사회도 나서야 한다.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선도와 예방에 주력하는 한편 가출청소년들에 대한 체계적인 배려도 있어야겠다. 청소년들이 바르게 자라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밝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