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성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 졸업식에서 학생들에게 연설한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다.
'우직하게 계속 갈망하라.'
우리나라가 1997년 IMF를 맞아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쳤을 때 많은 사람이 실직의 아픔을 겪었다. 경제가 어려지면서 이공계를 전공한 사람들의 실직이 크게 부각됐고, 이공계 기피현상이 시작되었으며 많은 젊은이는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경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리먼 사태로 다시 한 번 경제 위기가 시작되면서 미국이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유럽은 재정 적자와 거품 경제로 인해 신용 등급이 하락해 도산 위기에 처한 나라가 있다.
경제 위기가 오면 가장 실감나게 겪는 것이 일자리를 잃는 것이다. 유럽의 평균 실업률은 올해 10%에 이르렀고 이중 스페인과 그리스는 25%에 육박하고 있으며 미국도 10% 안팎이다.
특히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높은 것이 더욱 심각하다. 지금 미국이나 유럽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를 잘 극복하여 다른 나라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으나 아직도 국내 경제는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젊은 학생들은 쉬운 것에 안주하고 어렵고 힘든 일에는 도전을 기피한다. 도전정신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분야가 과학기술 분야인데 젊은 학생들이 이를 싫어하고 안정적인 것만을 찾는다면 과학 기술의 혁신 (innovation) 은 이룰 수 없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나 기술을 적당히 복사해 돈을 벌면 된다. 최근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을 보면서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특허의 획득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구 사항은 신규성 (Novelty)이다. 기존의 제품이나 기술에 비해 어떤 독창성이나 차별성이 있는지가 가장 핵심적인 특허의 요구 조건이다. 기술은 일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도전정신과 모험심은 어느 순간 필요할 때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고 꾸준한 연습을 통해 가능하다. 어렸을 때부터 이에 대해 훈련을 하고 연습을 해 길러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서 도전정신이 몸에 배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큰 역량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의 전체 연구비 투자액은 선진국에 비해 적지만 1인당 연구비 투자액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왜 획기적인 기술 개발이나 새로운 발견이 더딜까?' 필자가 관심 있는 생명공학 분야는 최근 특허가 만료된 단백질 치료제의 복제품을 만드는데 많은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다. 위험을 최소로 하면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것은 독창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의 창출을 가로막고 있으며 결국에는 기술 후진국에 머무르게 하는 달콤한 유혹이다.
어려운 연구일수록 실패할 확률도 높다.
실패를 인정해 주면 연구자들은 모험이 따르지만, 성공 시 획기적인 기술이나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는 연구에 몰두할 것이다. 언젠가 정부 과제의 성공률을 보고했는데 거의 100%에 육박했다고 한다. 너무 쉬운 연구였거나 실패를 인정하기 어려워 성공적이라고 보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아니었는지?
20세기 의약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여겨지는 페니실린은 1928년 영국의 한 병원에서 병원균을 연구하던 플레밍의 실패한 실험 결과로부터 발견되었다. 그러나 실패한 실험 결과를 다시 분석하면서 세균을 죽이는 페니실린이 발견되었고 2차 세계 대전으로 많은 부상자가 나왔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인류를 구원한 의약품이 되었으며 플레밍은 노벨상을 받았다. 이와 같은 업적은 연구의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나올 수 있다. 앞으로 젊은 학생들이나 연구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려운 것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과학 기술 선진국이 되는 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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