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두선 사회부 법조팀 차장 |
일본 원전 사고가 터진 지 고작 1년 만에 국내 원전에서 정전 사실을 한 달씩이나 은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보령화력 화재도 평소 관리부터 대응 문제까지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번 고리원전 사태를 통해 일본 원전사고 뒤에도 국내 안전대책은 제자리임을 확인하게 됐다.
정부는 “국내 원전은 안전하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방사능 측정소나 안정장비는 작년 그대로였고, 비상계획구역 확대도 8~10㎞를 고수해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고리원전 사고 때는 인근 10~30㎞ 내 거주자 317만명이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는 끔찍한 경고는 정부에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 15일 발생한 보령화력 1호기 화재도 그동안 안고 있는 각종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는다.
보령화력 측은 화재가 발생하자 자체 진화를 이유로 30분 가까이나 소방서에 늦게 신고했다.
자체 진화도 보령화력 측은 직원들이 분말 소화기를 뿌리고, 직원과 관련 기술 소지자 등으로 구성된 소방대가 소방차 1대를 끌고 현장에 갔다고 하는데 정작 현장에 출동한 소방서는 소화기 뿌린 흔적만 있을 뿐 소방차로 진화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안전점검도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사고 있다.
더욱이 화재 발생 일주일 전 쯤 화재가 난 보령화력 1호기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 특별한 이상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국가 중요 기간시설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보령화력은 불길을 완전히 잡은 16일 오전 10시 이후 복구대책을 내놓지 않다가 이틀이 지난 18일 처음으로 대책회의를 가졌고, 복구에 2~3개월이나 걸릴 것으로 전망돼 '늑장 신고'에 이어 '늑장 복구'라는 비난이 나온다.
최근 일본 원전 사고 1주기를 맞아 여기저기서 원전에 대한 경고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와중에 발생한 보령화력 화재와 그 대처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번 문제는 지자체와 중앙정부 등 관계 기관, 그리고 직접적인 관리 주체인 중부발전과 시민사회단체, 지역 주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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