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성(姓)을 바꿀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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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성(姓)을 바꿀 수 있는가?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2-03-19 14:07
  • 신문게재 2012-03-20 20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이 말이 거짓이면 내가 성을 간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에 대한 진실함을 보증하기 위해 성을 담보로 한다. 성(姓)이란 원래 타고 난다고 할 수 있다. 태어나기 전에 이름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지만 포태하는 순간 이미 '모씨 집안' 사람이라고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처럼 타고난 성을 바꿀 수 있다면? 예전에는 성을 바꿀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2008년 1월 1일 개정된 가족법이 시행되면서 성을 바꿀 수 있는 경우가 생기게 됐다. 그렇다고 아무나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특별한 경우에 가능한 것이다. 특별한 경우란 바로 재혼한 부부의 어린 자녀들이 계부의 성과 일치하지 않은 경우다.

이러한 아이들이 학교생활 등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어려움을 법적으로 해결해 준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예전부터 있어왔고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바로 성이 다른 주인공의 불행한 삶의 한 단면으로 그려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가족들과 성이 다른 주인공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가 나오기 힘들어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성이 다른 아이가 양자로 들어갈 경우에 예전에는 양부모의 성을 따르지 못한 채 종전의 성과 본을 그대로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이것은 양자를 들인 양부모의 뜻에 맞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의 성과 본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고 이번에 법이 이를 받아들여 이러한 경우에 양부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성년이 된 사람을 양자로 들일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으며 15세 이전에 양자로 들어갈 때에만 양부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또 한 가지의 획기적인 제도는 자녀가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는 제도를 둔 것이다. 이것은 자녀는 반드시 부의 성과 본을 따라야 한다는 예전 관습을 뒤집은 것이다. 부와 모가 서로 협의만 하면 부의 성과 본이 아닌 모의 성과 본을 따라 이름을 지을 수 있다.

양성 평등이라는 헌법의 대원칙에서 나온 것이지만 아직은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드는 제도이긴 하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가 생김으로써 태어날 때에 부의 성과 본을 사용하던 아이들도 '자녀의 복리를 위해'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이것이 탤런트 최진실 사건인데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의 성과 본을 따르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잘 보살펴 줄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는 이유에서 아버지의 성과 본을 가진 아이들을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도록 법원에서 허가해 준 것이다. 정말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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