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부지 마련을 위해 제기된 인근의 초등학교 통폐합에 대해 주민 전체의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채 뒷짐만 지는 모양새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초교와 고교 학부모 등 주민 간 갈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교육청의 관망세에 한 몫하고 있다.
18일 지역교육계에 따르면, 중구 태평 1ㆍ2동과 유천동 일대에는 모두 5곳의 초등학교와 1곳의 중학교가 있지만, 고교는 단 한 곳도 없다.
2011년 현재 학교공시 자료상, 5개 초교 중 버드내초 1410명, 신평초 902명, 원평초 536명, 유평초 704명, 태평초 977명 등 모두 4529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유일한 중학교인 태평중에도 1342명이 재학 중이지만, 이들이 진학할 고교가 없어 모두 인근의 고교로 흩어지고 있다. 일부 주민이 고교 신설을 요구하며 학교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집단행동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청은 학교 부지는 물론 예산도 없는 상황에서 신설이 어렵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부지가 있어도 신설보다는 다른 고교를 이전하는 방법이 우선 검토 대상이다.
주민 일부가 초교 통폐합까지 내놓으며 고교 설립을 요구했지만, 전체 주민의 합의가 아니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교육청의 입장이다.
주민 A씨는 “지역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제기해온 문제다. 신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진척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권선택 의원과 자치단체, 시의원 등까지 신설 요구에 동참한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권 의원은 지난 1월 열린 의정보고회에서 “시장과 시교육감 등과 협의해 올해 태평동에 고교 신설 계획을 확정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대전교육청도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은 잡았지만, 쉽지 않은 조건을 제시하며 한 발을 뺀 상황이다.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초교를 통ㆍ폐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다시 말해, 초등학생 학부모와 고교생 학부모를 주축으로, 성사되기 어려운 지역주민 간 합의를 주문한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교육청 차원에서는 진행 중인 논의가 없다. 지역주민 전체가 합의한 후에 (우리가) 언급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역교육계 관계자는 “어느 부모가 어린 자녀의 다닐 학교가 없어지는데, 가만히 있겠느냐”며 “합의는 사실상 어렵다. 교육청도 짐작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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