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헛제삿밥'이 특산음식이 된 것처럼 허명이 실상이 되기도 한다. 안동 유생들이 밤늦게 글을 읽다 출출하면 제사 모신다 둘러대고 상차림을 시켰던 데서 시초를 찾는다. 이 음식은 '내 배 부르니 종의 밥 차리지 말라'는 심통 대신에 기제사 음복식처럼 하인들과 나눴을 걸로 필자는 추정한다.
우리 마음의 기저에는 음복의 전통, 나눠먹는 전통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나라님 행차 때도 '봉송(封送)'이라 하여 궁중 음식이 신하와 백성에게 내려졌다. 불교의식을 마치고 불전의 음식을 대중공양으로 먹고 주일예배 후 교회에서 잔치국수 등을 함께 나누는 것 또한 이 유습의 확장으로 보인다.
식상해도 또 정치 얘기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탈락(불출마 포함)한 현직 의원이 35~40%를 넘보지만 신인다운 신인은 없다. 전직 의원과 단체장, 당협위원장 등 기성 정치권이 그 자리를 채웠고, '리턴매치'라 바람 잡는 대전 중구의 재대결, 청주 흥덕갑의 17대 이후 3회째 대결도 그 선수가 그 선수처럼 보이게 한다. 거명하지 않겠으나 색다른 푸나물이라 해봤자 중량감은 뚝 떨어진다.
처음부터 인절미에 조청 찍은 맛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특정 정당의 국회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영ㆍ호남이 비해 충청권 공천은 특히 눈에 확 뜨이지 않는다. “정치란 것은 새 물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지요”(심대평)라는 관성적인 말은 향긋한 봄동나물을 기대했던 유권자의 입맛을 텁텁하게 한다. '인적 쇄신'은 꿀보다 약과가 달다는 말 속에 빠져 딴청부리며 흘러간다.
이건 몇 명이냐의 산술적 문제이기 전에 정서적 교감의 문제다. 총선 대진표를 놓고 보니 시장이 반찬이라는 건지, 감동도 인물도 이슈도 없다. 이리저리 돌려 막기에선 남의 집 울타리를 타넘는 조선호박을 보는 듯하다. 리더십 부재와 수혈의 곤란함, '조직'에 이끌리는 국민경선의 한계는 기성 정치권의 카르마(업), 인과의 굴레다. 뜨거운 국에 맛 모른다더니 판단을 그르쳐 인적 쇄신의 본질에서 멀어졌다.
이 같은 과오로 늘 의심과 지탄의 대상이 되는 수가 있다. 나물밭(남새밭)에 똥 한 번 눈 개는 저 개 저 개 한다는 말이 유유상종과 초록동색의 19대 국회에 쩍 들러붙지 않길 바라려면, 그럴수록 투표는 해야 한다. '접시 밥도 담을 탓'이라 했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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