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자]제자리 찾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엄정자]제자리 찾기

[문화초대석]엄정자 한국춤무리 대표

  • 승인 2012-03-18 13:14
  • 신문게재 2012-03-19 20면
  • 엄정자 한국춤무리 대표엄정자 한국춤무리 대표
▲ 엄정자 한국춤무리 대표
▲ 엄정자 한국춤무리 대표
내가 부유하고 있다.

몸은 3월 들어 더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어떠한 감흥도, 의욕도 없이 그저 정해진 일정들로 시간을 메워 나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내 안에 내가 없기에 밖에서 찾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내 안에 내가 없다?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주문을 외우면서도 그 형체도 없는 마음은 이리도 애를 태우는 건지. 철야기도 프로그램에 참여도 해보고 틈틈이 좌선도 해 보건만 왜 이리 채워지지 않는 건지. 아마도 그건 행복은 찾아오는 게 아니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 짓기의 유, 무라고 하듯이 그 마음 짓기 가 안 되고 있다는 증거일 게다. “나를 잃어버리면 끊임없이 다른 것에 목마르게 됩니다. 나를 되찾으면 될 것을 엉뚱한데 매달려 고통받는 것이죠”라는 어느 스님의 말씀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그 원인을 찾아보았다.

사람들은 살면서 몇 번인가는 중요한 선택을 본의에서든, 또는 내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해야만 할 때가 있다. 나머지 삶은 대부분 그 순간의 선택을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을 선택을 책임지기 위해 바쳐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까 한다. 나의 경우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 하면서 신명나게 즐거울 수 있는 일은 춤을 통해서, 흙을 통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올해의 슬로건을 춤에, 흙 작업에 미치자였다.

그 미친 작업들이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춤에서처럼 한우물을 파면 언젠가는 된다는 확신 속에 뒤늦게 시작한 흙 작업에서도 그 무엇을 느낄 때 가 올 것이라는 희망 아래 즐거웠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마음이 부유하고 있었던 것은 무언가를 새로이 구상하고 만들어 내 보고의 몸짓이 아닌 단순노동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점에서였던 것 같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내가 도자기 공부를 시작한 지 올해로 4년째. 꼭 1년 전 그 누구보다도 서로 좋아 해주는 후배의 주문이 있었던 것이었다. 색상은 흰색이 좋고 무겁지 않고 가벼워야 하며 네모진 것은 싫고 둥근 원의 형태가 좋고 질감은 등등의 요구와 함께 자신의 식탁을 채워 줄 상차림 도자기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아직 내 기량이 안 되어서 기다려 달라고 해 놓고선 지금은 해 줄 수 있을 만큼 자신도 붙었고 마침 작업실도 따로이 가졌고 해서 기념의 첫 작업으로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선의의 약속이 나를 이렇게 옭맬 줄이야….

어느 궤도에 올라와 있는 도공이라면 그 정도의 작업쯤이야 후다닥 하루 이틀에 해치우고 말겠지만, 아직 그 수준은 안 되기에 춤추고 남는 시간 1월, 2월을 바쳐 놓고도 아직 미완성이다.

아니 그것 까지는 괜찮다. 그 시간이 충분히 즐거웠다면 말이다. 그러나 내 생각이 아닌 후배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물을 만드는 그 시간들이 알게 모르게 나를 우울하게, 부유하게 만들고 있었음을 미처 몰랐던 것이었다. 제 신명에 의해, 제 의지에 의해 그 결과가 어찌 되었든 그 작업시간을 보내야 신이 나는 나 인 것 을 말이다. 하여 과감히 엎기로 했다. 그리고 내 것을 던져 주려 한다.

그만큼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후배의 입이 귀에 걸릴 정도의 작품을 던져 주려면. 그 점이 스스로 선택한 아티스트의 고민일 테고 살맛 나는 고민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후배와 내가 알아야 할 한 가지,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비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아닐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2.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5.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