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토해양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철도경찰대)에 따르면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철도(KTX)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 설치된 접지케이블을 훔쳐가는 사건이 2009년부터 전국적으로 45건이나 발생했다.
접지케이블은 낙뢰나 누전 등 이상전압이 발생됐을 때 전류를 대지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것이 파손되면 신호기 오작동, 기기 이상 발생 등으로 열차운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열차 충돌사고까지 초래할 수 있다.
지금까지 도난당한 접지케이블은 총길이만 4만1778m(2억9000여만원 상당)에 달한다.
철도경찰대는 이에 따라 특별수사반을 편성해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최근 용의자 황모(63)씨를 검거해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황씨는 2010년부터 지난 1월까지 호남고속선(흑석리~계룡역 등) 주변에서 망치와 전선용 커터기를 이용, 철도공사에서 설치한 접지케이블 3173m(3128만원 상당)를 19차례에 걸쳐 절단한 뒤 훔쳐간 혐의다.
경찰은 또 황씨로부터 접지케이블이 장물인 줄 알면서도 매입한 장물업자 2명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결과 황씨는 수년 전 철도지역 내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동료로부터 접지케이블을 자르는 방법을 배운 뒤 인적이 없는 선로 주변에서 밤에 범행을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는 특히 과거에 일하면서 배운 점을 악용, 2만5000V의 전류가 흐르는 전선은 피해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접지케이블 만을 골라 절단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밝혀졌다.
황씨는 계속해서 범행을 저질러오다 지난달 16일 오후 9시 10분께 철도경찰대의 과학수사 장비에 걸려 도주했지만, 철도경찰대에서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 등을 수거, 유전자감식 및 지문채취, CC(폐쇄회로)TV 분석, 통신수사, 동일수법 전과자 등의 수사를 통해 인적사항 등을 파악, 검거했다.
철도경찰대는 사건 관련자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철도경찰대 이삼식 수사관은 “경기 침체 속에 안 그래도 비싼 구리선의 가격이 오르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사건 예방 및 범인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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