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단체경기의 팀은 대부분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는 대적할 상대팀과 유사한 팀을 골라 평가전을 갖는다. 축구경기도 11명의 선수가 조화로 이룬 경기력을 바탕으로 하는 단체경기이기 때문에 무조건 잘하는 선수들만으로 꾸려졌다고 최강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감독은 평가전이나 연습경기를 통해 자신의 팀이 갖고 있는 강점과 취약점을 파악하고 어떻게 보완하는 것이 팀 전체의 경기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축구경기에서 문득 대한민국이 어디를 어떻게 개혁해야 성숙한 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대표팀의 모든 선수를 교체하는 것이 어렵듯 국가를 개혁함에 있어서도 일거에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어디를 먼저 개혁하는 것이 순서일까를 정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답을 준 이명박 정부에 감사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사실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적어도 심정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명박 정부의 4년 통치기간이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폐단을 극명하게 보여준 계기를 제공해 준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10년 민간인인 김종익씨가 인터넷에서 발견한 대통령 비방 동영상인 '쥐코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링크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그를 상대로 불법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을 벌인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관련 혐의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 등 7명을 재판에 넘겨 1ㆍ2심에서 실형 및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결과적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듯 했으나 민간인 불법사찰 컴퓨터 훼손 혐의로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었던 장진수씨에 의해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들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당시 최종석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은 장진수씨를 설득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이 모두 얘기를 끝낸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이영호 전 청와대 노동비서관은 입막음의 대가로 '캐시' 2000만원을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검찰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구심을 갖게돼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후 검찰 스스로가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으로 재수사를 한 것 조차 무의미함을 주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검찰은 본 사건에 대해 수사주체로서의 위치보다는 그간 다양하게 제기되었던 의구심들에 대한 사실관계의 규명이라는 차원에서 피의자적 위치에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특검으로 가는 것이 옳다.
검찰조직은 규모로는 매우 작다. 대검찰청을 중심으로 5개의 고등검찰청과 20개의 지방검찰청으로 구성되어 있고 검사 수는 2009년 9말 기준으로 1716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검사에게 주어진 권한은 실로 막강하며 그 힘이 조직된 검찰은 상상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그들 스스로는 개혁하지 못한다.
검사는 축구경기의 심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검찰이 바로서지 않으면 공정한 사회의 실현은 절대 불가능하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처한 상황과 같이 좌파니 우파니 편가르기가 횡행하는 시절에는 검찰개혁이 더 어려워진다. 우리는 종종 어떤 문제에 대한 명백한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고도 이념적 논쟁으로 덧칠해 본질을 흐리고 국민들의 판단력을 잃게해 당사자는 위기를 벗어나곤 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바로서야 대한민국이 바로선다. 검찰 개혁을 위해 국민들이 국가대표팀 감독의 눈을 가지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작심하고 도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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