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원 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백북스 이사 |
시간에 대한 책은 접근 방식에 따라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말하는 시간과 공간의 물리학을 다룬 책, 인간이 시간을 어떻게 인지하고 느끼는지에 관한 심리학과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책, 그리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시간 관리 방법을 전하는 책이다. 이 중 어떤 내용을 주로 다루느냐에 따라서 책의 장르가 달라진다.
슈테판 클라인의 『시간의 놀라운 발견』은 우선 심리학과 뇌과학의 연구 내용을 가장 많이 다룬다. 예를 들어, 사람이 얼마 동안의 시간을 '현재'라고 인식하는지, 생체 시계가 존재하는지, 뇌질환 환자들의 시간 관념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실험과 이론들에 대한 설명들이 흥미롭다.
그러나 이 책은 시간에 대한 인간의 관점으로 주제를 한정하지 않는다. 물리학의 관점에서도 시간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설명을 제공한다. 상대성 이론과 플랑크 시간에 대한 내용은 우리의 상식 바깥에 자연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또한 이 책은 유용한 시간 관리 비법을 담고 있다. 전반부가 시간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후반부는 시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시간의 노예가 아니라 시간의 주인이 되기 위해 집중을 강조하고 스트레스에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더불어 시간활용 6단계라는 팁도 제공한다.
▲ 슈테판 클라인 저 |
대부분 과학적인 내용을 다루는 이 책에서 통쾌한 비유, 간결한 단어로 표현된 저자의 통찰은 숨길 수 없는 매력이다.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점은 새롭진 않지만 여전히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는 모두 아인슈타인 이후에 태어났기에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어쨌든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시간은 분명히 상대적이다.
그런데 심리학적인 관점에서도 그렇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우리가 느끼는 시간 감각은 흔히 변한다. 우리가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서 시간이 느리게 가기도 하고 빠르게 가기도 하는 것이다. 재미없는 일을 할 때 시간이 느리게 가고, 흥미로운 일에 몰두할 때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현재 경험된 시간과 나중에 기억되는 시간의 관계이다. 몰두하여 금방 지나가 버린 시간은 기억 속에서 길게 느껴지고, 지루했던 시간들은 기억 속에서 짧게 느껴진다. 기억은 정보량에 비례하며,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사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밌는 시간이 많으면 인생이 길어지고, 지루한 시간이 많으면 인생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생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저자가 인용한 『마의 산』에도 이런 문장이 있다. “습관을 바꾸거나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고, 우리의 시간 감각을 새롭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현재의 감각을 느끼는 것에 충실하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더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경험을 가질수록 인생은 더 길어진다.
[이정원 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백북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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