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은 지 3개월이 지난 주부 김진희(30ㆍ대전 서구 둔산동)씨는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친구들을 만나기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김씨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나가야 하지만 200만원을 훨씬 뛰어넘는 고급 유모차를 끄는 친구들과 비교되는 게 싫어서다.
김씨는 “백화점에 가면 3단계로 계급이 정해지는데, 유명 유모차, 일반 유모차, 백화점 임대 유모차를 이용하는 주부로 계급이 나뉜다”며 “유모차에 따라 부모의 소득 차이가 계급처럼 그대로 드러나게 돼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양반과 하인 등으로 분류되던 조선시대 계급사회가 지금은 소득의 차이로 바뀌었다.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소득이 다른 계층간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11일 통계청의 소득분배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상위 10%의 경계소득(소득계층을 가르는 기준선)을 하위 10%의 경계소득으로 나눈 값이 4.82를 기록, 전년(4.80)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위층과 빈곤층의 소득 격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욱 벌어졌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우리사회는 해를 거듭 할수록 빈부 격차가 커지며 계층간 겉돌고 있다. 특히 IMF 이후 중산층 붕괴로 상ㆍ하위층이 뚜렷이 갈리며 우리의 미풍양속인 정(情)마저 사라졌다.
실제 이같은 사례는 일반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가 함께 위치하고 있는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몇 해 전 대전에서 신규 아파트 단지의 분양아파트 입주민들이 인근 임대아파트 자녀와 함께 다니는 학교에 자신들의 자녀가 등교하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 해당 임대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로 이름을 바꿨다.
소득격차에 따른 벽은 비단 주거문제에만 있는 게 아니다. 2013년 대학입시 제도에서는 수시모집 비중이 전체의 62.9%에 달할 예정인 가운데, 이같은 제도가 저소득 가정의 학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수시전형은 고교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토익, 토플, 텝스 등 공인영어성적을 반영, 이른바 ‘스펙전쟁’을 펼치게 돼 저소득 가정의 학생에게는 불리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회 환경속에서 저소득 학생의 신분 상승의 길은 막혔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소득에 따른 계층간 분리현상이 갈수록 심화되지만, 이렇다할 해결책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소득격차에 대한 사회 통합이 불가능한 사회 속에서 소위, 기득권층은 기존의 계층간 분리상태가 유지되길 바라는 눈치다. 결국 계층간 분리현상은 심화될 뿐이라는 게 사회학자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소득계층간 격차를 줄이고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빈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부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지속성장만을 바라보는 사회 자체가 부익부ㆍ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은 “대기업과 부유층을 위한 정책을 없애고 저소득계층을 살릴 수 있는 대책을 정부와 지자체가 찾아야 한다”며 “부유층 역시 기존의 사회체제만을 고수하지 말고 양보와 어울림의 자세로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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