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
만약 무리한 주택자금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경우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금리상승과 실질소득 감소로 대출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게 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의하면 주택자산 가치가 증가하면 소비가 증가하게 되지만, 주택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소비가 감소하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국내 모 TV방송 퀴즈쇼에 하우스푸어(house poor)란 용어가 등장했다. 집 장만 후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지는 현상으로 설명되는 질문이 제시되었다. 하우스푸어란 집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하게 사는 사람을 말하는 신조어로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가 되었다.
200만 가구에 이르는 하우스푸어의 증가에는 부실한 정부정책의 책임이 크다. 이미 재작년과 작년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심각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속적으로 건설업자와 임대사업자에게 주택 공급을 위한 자금지원 확대 및 세제 혜택을 주었고, 수요 진작을 위해 취득세 및 양도세 등 각종 세제 감면으로 주택구입을 권장해 왔다. 이를 통해 전세난을 해결하려 했고 부동산가격 하락을 떠받들어 경기하락을 막으려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이 심했던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상승했다. 참여정부 당시에 수립되었던 수요억제대책을 대폭 완화하면서 부동산가격 하락을 막으려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계대출이 급증하게 되었다. 최근의 유럽 발 금융위기로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은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하고 가계부실의 우려만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그동안 하우스푸어에 대한 우려는 부동산시장이 침체했던 서울과 수도권지역에서 팽배했었다. 반면 대전과 충청권역에는 주택가격상승과 분양열풍으로 하우스푸어가 남 얘기로만 인식되었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지역에도 하우스푸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전의 가계대출 잔액은 16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인 대비 5.9%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전국에서 제일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총액의 94%를 주택대출이 차지했다. 충남은 전체 가계대출액에서 주택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38.2%에서 83.5%까지 크게 늘었다.
이처럼 주택관련 대출 비중 증가는 대전 도안지구와 세종시, 내포신도시에 지난해 1만5000여 가구의 신규 아파트분양과 1만2000여 가구의 신규 아파트입주로 인한 중도금 및 잔액 대출에 기인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에 취득세감면 혜택이 만료되면서 작년 12월에 주택등기건수 증가로 대출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전과 인근지역의 개발호재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분양을 받거나 주택을 구입하면 돈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신규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낮아지면서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으로 바뀌고 있다. 물가상승보다 임금상승 비율이 낮아지면서 실질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경우에는 가계대출 부담이 커지고 하우스푸어로 전락될 수 있다.
가계부실과 하우스푸어 문제가 커지는 와중에 한심하게도 정부 여당에서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 완화와 같은 부양대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의 부동산시장 침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과 국내 경기침체우려에서 부동산시장의 조정국면을 다지는 시기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확대해 주택구입을 유도하는 것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해 국가와 지역경제에 악순환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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