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전국광역시장협의회는 0~2세 유아 보육료 국비 부담률을 60%에서 90%로 올려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열악한 지방재정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0~2세 보육료 지원으로 3697억원의 예산이 증액됐으며, 이에 따른 지방비 분담액이 3279억원에 달한다. 대전시만 203억여원의 지방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달부터 시행한 만 5세 누리 과정과 내년 3~4세 영유아까지 확대되면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3세 아들을 둔 정유진(32)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고 하면서 왜 보육은 국가가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ㆍ공립 보육시설 확대도 시급한 과제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다. 보육시설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사실은 보육시설이 부족한 게 아니라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얘기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은 바로 국ㆍ공립 보육시설이다.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교사나 보육원의 질이 높고 시설도 좋기 때문이다.
맞는 얘기다. 국ㆍ공립 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8일 대전시 보육정보센터에 따르면, 대전의 국ㆍ공립 어린이집은 29곳에 불과하다. 동구와 중구에 각각 5곳, 서구와 대덕구에 각각 9곳, 유성구엔 1곳이 있다. 공립유치원도 87곳밖에 안 된다.
수용 인원은 1616명밖에 되지 않는다.
어린이집이 보육할 수 있는 정원 5만2812명 중 실제 등록해 어린이집에서 보육되는 대전의 아동이 4만4565명이다.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도 대전의 0~5세 보육시설 이용 아동수는 4만2105명이다.
물론, 민간시설까지 포함해 어린이집은 1600여곳으로, 수용인원은 5만2812명이다. 0~5세 아동들을 수용하고도 충분하다.
하지만, 국ㆍ공립시설에 자녀를 맡기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어린이집 등 전국 보육시설은 3만9365곳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아파트 단지 등에 설치된 가정보육시설이고 국ㆍ공립 보육시설은 5.3%에 불과하다. 대전은 가정보육시설 의존율이 65.2%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그만큼, 국ㆍ공립시설이 없다는 얘기다.
만 4세 아들을 둔 조윤주(34)씨는 “국ㆍ공립은 불가피한 일이 생겨 아이를 데려갈 수 없어도 더 돌봐주는 등 이점이 많다. 민간시설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을 접고 국ㆍ공립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선희 서울신학대(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는 국ㆍ공립 보육시설 30% 선까지 확충하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며 “학교나 공공기관 활용, 민간보육시설 매입, 국민연금기금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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