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 학생들 거리로 뛰쳐나왔다”

  • 정치/행정
  • 지방정가

“대전고 학생들 거리로 뛰쳐나왔다”

1960년 3월 9일자 '비화된 학생데모' 보도 시위행진ㆍ경찰 충돌사태 긴박하게 전해

  • 승인 2012-03-08 18:04
  • 신문게재 2012-03-09 5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4ㆍ19혁명 불씨' 대전 3ㆍ8민주의거 현주소-본보로 본 그날의 현장

▲ 1960년 대전지역에서 일어난 학생의거인 '3ㆍ8민주의거'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사진제공=(사)3ㆍ8민주의거기념사업회]
▲ 1960년 대전지역에서 일어난 학생의거인 '3ㆍ8민주의거'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사진제공=(사)3ㆍ8민주의거기념사업회]
“공설운동장에서 민주당이 선거강연을 하고 있을 때 약 300여명으로 추산되는 대전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하오 3시반경 학교에서 제각기 흩어져 나와 도로에 정렬한 후 대흥로타리를 거쳐 공설운동장으로 뛰어갔다.”

1960년 3월 9일자 본보 3면에 보도된 '비화된 학생데모' 제목의 '3ㆍ8민주의거' 기사의 첫 문장이다.

52년 전 대전고 2학년 학생 1000여 명이 거리에 뛰쳐 나와 '교내에서 선거운동 반대', '외부세력의 학원침투 방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인 사건은 지역을 넘어 전국에 큰 파장을 낳았다.

당시는 여당을 찬양하는 정부신문을 학급비로 강제구독하고 수업시간에는 이승만 박사의 미국망명시절 연설을 들어야 했으며 학교 밖에선 고무신과 막걸리, 돈봉투가 춤추는 부정선거가 절정이던 시기였다.

자유당 정권의 부패와 독재가 절정에 달해도 보릿고개를 넘기기 급급한 상황속에서 저항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등학생 신분으로 거리로 뛰쳐 나와 의거를 일으킨 것은 당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대전천 제방으로 향해가던 학생들은 경찰의 제지로 제방 근처에서 대열이 흩어지고 일시 아수라장을 이룬 후 다시 대열을 갖추어 중교다리를 건너 역전을 돌아 도청으로 향해 달려가다가 목척교를 건너기 직전 경찰백차에 전도가 차단됐다.”

당시 본보는 학생들과 경찰의 충돌사태를 이렇게 긴박하게 전했다.

이틀 후에는 대전상업고등학교에서 오전 조회를 마치고 전교생 600명이 교문 밖으로 뛰쳐 나와 신안동 굴다리를 거쳐 역전통을 향하며 시위행진을 벌였다.

1960년 3월 11일자 3면에는 “학생대열은 역전통과 중앙시장통으로 갈려졌으나 제지되고 수십명의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또 “대전공업고등학교와 보문고에서는 교원 수명이 교문을 지키며 다른 학교 학생들의 접근을 막았다”며 당시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했다.

대전지역의 학생의거는 대구 2ㆍ28민주화운동 이후 첫 학생시위였으며, 다른 지역으로 번져가는 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당시 충남도경에서는 정치세력의 지령으로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고 몰아갔다. 그러면서 충남도경은 연행된 학생 모두 귀가조치 처분을 받아 어떠한 배후관계도 없다는 앞뒤가 안맞는 발표를 했다.

이후 4ㆍ19혁명이 촉발되고 같은달 26일 충남도청 앞에서 충남대ㆍ대전대, 남녀 중고등학생 1000여 명이 모여 '쓰러진 국민주권 정의로서 인도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시위과정 속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성명을 발표했다.

임병안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