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순]생각의 힘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조은순]생각의 힘

[중도춘추]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

  • 승인 2012-03-08 14:38
  • 신문게재 2012-03-09 20면
  • 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
▲ 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
▲ 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스코틀랜드의 항구에 영국컨테이너 운반선이 닻을 내렸다. 한 선원이 짐을 다 내렸는지 확인하려고 냉동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른 선원이 냉동실 문을 닫아 버리는 바람에 그 선원은 안에 갇히게 됐다. 다행히 냉동실 안에서 식량은 찾았지만, 선원은 자기가 오래 버티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선원은 쇳조각 하나를 들고 냉동실 벽에 손가락, 발가락이 꽁꽁 얼고 온몸이 마비되는 과정을 날짜와 시간별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배가 항구에 도착해 냉동 컨테이너의 문을 연 선장은 죽은 선원을 발견했다. 그러나 냉동실의 온도계는 19℃를 가리키고 있었다. 컨테이너 속은 비어 냉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선원은 단지 얼어 죽게 됐다는 생각만으로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인간의 생각이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심리학에 '눈덩이 효과'라는 말이 있다. 부정적인 상황에 더 잘 맞는 의미라고 하는데, 사람이 무엇인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할수록 눈덩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경험을 종종 한다.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긍정의 심리학이 필요하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 행복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목표는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행복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이라는 책에서는 행복은 우리의 마음속, 즉 생각에 있다고 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물생태학자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감정을 가지고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한다고 한다.

동물연구가인 제인 구달 박사는 실험에서 침팬지의 놀라운 사고능력을 발견했다. 침팬지에게 혼자서 다 먹을 수 없는 많은 바나나를 줬더니 침팬지는 바나나를 자기만 아는 곳에 숨겨 놓고 조금씩 꺼내 먹다가 다른 침팬지들이 바나나를 찾자 엉뚱한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무리를 그쪽으로 보내고 나서 바나나를 혼자 꺼내먹는 영리함까지 보여줬다는 실험 결과다.

동물의 감정표현이 인간과 비슷하다는 증거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마리안 도킨스 박사는 동물도 감정 변화를 겪고 표정으로 감정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이 있지만 동물은 인간처럼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지는 않는다. 그럼 왜 인간은 불리하면 생각을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끝없이 솟아나는 욕망을 스스로 채우는 과정과 그 결과에서 인간은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의 환경과 비교해 자신이 가진 재물, 위치, 직업, 능력, 교육수준, 성격이나 생김새 등의 조건에서 낮은 수준에 있다고 판단하면 열등감을 느끼면서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이를 인간 심리의 사회적 비교라고 하는데, 특히 자신보다 조건이 나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상향적 비교를 하면 불행한 생각이 많이 들고, 어려웠던 자신의 과거나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는 하향적 비교를 하면 상대적인 행복이 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회적 동물인 사람들은 갈대와 같은 생각을 시도 때도 없이 행복과 불행 사이를 시소 타듯 살아간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인간의 특성에 좀 더 맞지 않을까. 눈에 안 보이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많은 사람이 그 결과를 목격하고 감탄하는 것을 인간 말고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우리의 긍정 마인드도 한껏 커지기를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2.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5.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